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Jul 08. 2016

같은 하늘 아래-40-

납작하게 가라앉은 큰 노을
등에 지고 돌아올 때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못처럼 박혀버린 기억이
머릿속을 온통 수세미가 되도록
어수선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별 후의 하늘은
더딘 걸음인 줄 알았는데
포장도로 위에서
속도를 내어 달리는 것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은
노을이 누워버린 하늘 아래
그대 창에 기댄 내 그림자가
이제야 알았나 봅니다
그대 창에 비치는 그림자가
내가 남겨 두고 온 사랑인 것을...


추억이 나이를 먹지 않으니 그것으로 행복하다. 살며 바라본 하늘이 얼마나 많을까? 그 하늘은 여전히 그곳에서 바라만 보는데 나는 바쁘게 나이를 먹어가고 돌아본 추억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미소 짓고 있는 것이 참 고맙다. 늙지 않은 추억 속 나를 볼 때면 그래 그때는 그랬지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결코 추하거나 싫지는 않다. 나이를 먹으면 그 나름의 재미가 많아진다. 그래서 그 소소함의 잔재미에 빠져서 웃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 시절만 그리워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한자리에서 결코 일어서지 못하는 앉은뱅이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하루를 만나는 것이 또 얼마나 행복한지를 안다면 우리에게 남겨지는 하루하루의 추억 역시 소중할 것이다. 나는 나이 먹음이 좋다. 그리고 그 좋음으로 오늘도 행복한 아침을 맞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늘 새날이니까... 오늘이 내 인생의 처음 맞이하는 2016년 7월 8일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하늘 아래-3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