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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l 12. 2016

같은 하늘 아래-41-

고샅길 아래
감나무 집 담에는
담 넘어 빨래가
이른 아침
세수를 하고서
일찍부터 줄에 누워 있는데
건너 언덕 뒤에
버드나무 남실 치마가
먼 산그늘에서 오실
그대를 기다려
맨땅을 딛고서
잠자리 따라
눈길을 흘기며
흘깃흘깃
가슴으로
먼 산에 걸려
그대 오시길 기다리는
모순의 하늘에다
삿대질하며
번쩍 팔을 들었습니다
고샅길 아래에서...


 


눈을 뜨면 냉수 한 잔을 들고 컴퓨터 앞으로 가 앉는다. 그리고 출근 전 브런치를 열어보는 것이 나의 하루 시작이다. 어떤 날은 향긋한 글들이 보물상자처럼 쌓여 있고 어떤 날은 툭툭 튀어나오는 눈물 같은 글들이 내 옷깃을 잡아 끈다. 그러다 아 모두가 이렇게 그립구나. 아 모두가 하나씩은 아픈 것을 숨기고 사는구나. 그러면서 나도 흐린 하늘을 보며 그때처럼 삿대질을 한 번 해 본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슬픔을 삼키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마치 어린아이가 알약을 넘기기 위해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며 눈 감은 것처럼 우린 아플 때 하늘을 자주 본다. 정작 그 푸른 하늘은 보이질 않고 눈 감은 사이로 그리움이 혹은 쓰라린 아픔이 하얗게 지나가는 것을 느끼기 위해 하늘을 보는가 보다.

그럼 하늘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데 나는 그것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많은 이유는 하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좋아?"라고 물어보면 늘 한결같은 내 대답을 그래도 좋아해 주던 그 사람은 어떻게 그런 대답이 나오냐고 타박도 하던 그 사람.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는 내 대답에 함박웃음을 보여주었다. 

왜 하늘만큼 땅만큼이냐고 간혹 물어보면"하늘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 땅은 또 얼마나 넓은지 모르잖아. 그것도 모자를 땐 은하수 저 멀리까지를 꼭 넣어 말하잖아"라고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사실 딸아이가 6살 때 나에게 물어와서 답을 했는데 그날 밤 정말 좋은 답이었구나. 그래 하늘이 얼마나 넓은지 어떻게 알겠어 그리고 얼마나 높은 지도... 알량한 지식으로 고도 몇천 킬로미터라고 말을 하는 사람에게 욕 하고 싶었으니까.

나에게 얼만큼의 기준은 저 하늘을 닮아서 그만큼이 가장 많은 만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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