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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l 06. 2017

같은 하늘 아래 - 42 -

비가 멎었나 봅니다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고
정신없이 울다 보니
술이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그 많던 술이
빗물이 고이듯이 흘렀나 봅니다
후....
길게 나오는 한 숨에서
그대 모습이 보이는데
가슴에는 흙먼지만 풀썩거립니다.


그해 가을은 참 일찍도 왔다는 생각이 든다.

9월에 이미 낙엽이 지기 시작하였으니 말이다. 싸리비를 새 걸로 하나 들고 위병소에서부터 상황실까지의 길게 누운 길을 쓸며 뒤를 돌아보면 어느덧 그 자리에 다른 낙엽이 발정 난 고양이처럼 등짝을 비비며 뒹굴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눈이 오면 좋다는 마음보다는 저걸 어떻게 치울까를 고민했고 낙엽이 지면 그것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전에 저걸 언제 다 쓸까 라고 푸념을 하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낙엽을 쓸고, 눈을 쓸고 뒤 돌아보면 다시 그 자리에 쌓인 녀석들을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했다.

줄 사람도 없는데 단풍잎을 곱게 말려 코팅지에 감싸기도 했고, 보내지도 못 할 편지를 쓰기도 하였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마치 면회라는 단어와 함께 위병소에 서 있을 것 같은 누군가를 그리워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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