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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25. 2016

그리운 꽃의 書 -35- 노란 창포꽃

단옷날 그네를 바라보는 너

수줍은 발 보일까

몰래 물에 담그고

연꽃이 시샘하는 걸 아는지

노란 꽃은 살며시 고개 숙였다.


신윤복의 그림이 떠 오른다. 그 그림 속 여인들은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있다. 삼단 같은 머리를 풀어서 머리를 감는 듯 하지만 그림 속의 여인들은 훔쳐보는 남정네들의 눈길을 은근 즐기는 듯하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심리적으로 잘 표현이 되었구나 한다. 지금이야 좋은 샴푸다 린스다 뭐다 뭐다 해서 참 많기도 하지만 옛날 옛적에는 이 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고 하니 그 효능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왜 하필 단옷날에 창포물로 머리를 감았을까? 아마도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이 단오라서? 혹은 그래서 태양빛이 가장 좋은 날이라 그랬을까? 그야 뭐 그때로 가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영화 얄개시대에선가 외국인 교장 선생님의 대사가 떠 오른다.

"조상님께 물어보세요"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릴 수가 있을까 하며 혼자 미소 지어 본다.


작은 연못가에서, 좁은 수로에서, 마음이 넓어지는 큰 저수지가에서, 기분 좋은 흐름의 강가에서 만날 수 있는 창포는 참 예쁘다. 예전에는 보랏빛 창포를 참 좋아했었는데 보라색을 좋아하면 혼자 산단다.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노란색을 좋아헤되었다. 정말 보라색을 좋아하면 혼자 살게 되는 것일까? 뭐 미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고 여겨서일까? 아님 혼자 살기 싫어서였을까? 결론은 좋아하지 않는데도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무슨 색을 좋아하던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흔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성냥갑을 모으면 과부가 된다던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대학 때 여자 친구는 아들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그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변에 보면 그렇게 유리 항아리에 성냥갑을 모으던 사람들은 모두 잘 살고 있다. 누가 이런 속설을 만들었을까? 그러면서 또 한번씩 웃어 버린다.

창포꽃은 그냥 수줍어 물가에 발 담그고 살며시 고개 숙인 여인 같은 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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