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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27. 2016

그리운 꽃의 書 -36- 접시꽃

1.

꽃 쟁반을 내어서

이슬을 담고

햇살 한 줌 놓아

담장 너머 누굴 보길래

기웃거리나.


2.

밤 사이 내린 비는

촉촉이 젖은 땅을 비질하고

그리움에 소리 내지 못하는

너는 여전히 메마른 가슴.


3.

장맛비에 젖은 향기로

꽃이 무거우냐

아린 가슴으로

네 그리움의 무게만큼

활짝 피어버린

젖은 모시 저고리 같은

하얀 그리움아


꽃말 : 열렬한 사랑, 애절한 사랑, 풍요, 다산

도종환 님의 접시꽃 당신을 읽으며 많은 눈물을 훔쳤다.

너무도 아린 시가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라고 나에게 다시 묻기도 하였으니 그의 시가 얼마나 긴 여운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담장 아래 척박한 땅을 딛이고 서서 하얀 꽃을 피운 접시꽃을 보면 그의 시가 떠 오르곤 한다.

" 접시꽃 같은 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나는 이 대목이 너무도 슬프다. 그래서 저기 저 접시꽃을 보면 여전히 눈물 나는 꽃으로 보이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올해도 접시꽃이 피는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출근길에 마주친 꽃은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곁눈질을 하는데 저 도도하게 보이는 꽃이 왜 그리도 슬픈 꽃이 되어버렸을까? 저기 저 꽃이...





천둥과 비 오는 소리 다 지나고도
이렇게 젖어 있는 마음 위로
눈부시게 환한 모시 저고리
차려입고

도종환 님의 그대 떠난 빈자리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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