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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23. 2016

같은 하늘 아래-26-

 고준(高峻)함에 고개 숙이고     

 귓가에 짜랑하게 울리는     

 그대 잔소리를     

 내 기억이 토악질하고     

 나는 그대 그리움에     

 달팽이처럼 움츠러드는데     

 접점(接點)을 찾지 못하는 것은     

 벼랑 끝에 몰린 내 영혼이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달려 넘는 내 영혼의 부박함이     

 다시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그대에게 다가설 수 없는 시간이     

 차츰 내 영혼을 숨죽이게 만듭니다.



바람이 참 좋은 날은 어김없이 하늘이 우울해하려 한다. 그래야 바람도 선선하니 좋으니 그런가 보다.

버스 정류장에서 왜 여기에 서 있는 거지를 알았을 때 시간은 참 많이도 흘러 버렸구나 하며 실없이 한번 웃고는 다시 걸어서 불 꺼진 집으로 돌아가는 내 뒷모습을 누군가는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힘 없이 처진 어깨를...

출근길이면 지나치는 어느 정거장 앞 꽃집에 자주 서서 꽃을 보고는 다시 걷는다. 꽃집에는 20여 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같은 화초 같은 꽃이 보도블록에 걸터앉아 있는데도 나는 매일 그 같은 모습을 보고 서 있다. 그러다 저 놈이랑 이 놈이랑 자리가 바뀌었네 한다. 왜 나는 매일 아침 이곳에서 멈춰서는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늘 버스를 타는 곳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이 매일 버스를 타고 떠나는 곳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까? 아마도 알지 못할 것이다. 오늘도 262번 버스에 내 그리움을 태워 보내고 돌아서 출근을 한다. 그렇게 그리움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마 어서 가라는 그 말은 못 하고
나도 뒤돌아서서 눈물만 흘리다
이젠 갔겠지 하고 뒤를 돌아보면
아직도 그대는 그 자리

고한우의 암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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