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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Feb 16. 2017

같은 하늘 아래 -27-

울음이 복받쳐옵니다.
똬리 틀고 있었던 아련함이
파도처럼
장대 같은 비처럼
밀려오고
퍼부어 버리는데
내 슬픔 어린 그리움은
밑바닥을 밀고
배를 끄는데
바싹 마른나무는
뼈다귀로 서서 윙윙 울고 있습니다.
둔중하고 흐릿한 영혼의 늪으로
수없이 지나간 계절과는 달리
나의 하늘은 아직도 겨울인데
그대 하늘에는 봄비가 내리는군요
같은 하늘인데
울음이 복받쳐오는
겨울 빛 내 하늘은
자꾸만 식어서 얼어버리는데
그대 하늘은 무심히 봄비가 내립니다.


봄비가 내리는 날.

이 비가 그치면 진정 봄이 곁에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도 따스한 날씨 때문일까?

늦은 밤.

우산 없이 잠시 걸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하늘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무수히 많은 빗방울들이 떨어지는 걸 보면 누군가 울고 있나 봅니다.

그리움에 복받쳐 울고 있나 봅니다.


한 발작 딛으면 매화가 피어 있고, 그 담장을 지나면 이름 모를 꽃들이 어둠을 덮고 잠을 청하는데 왜 그 모습이 아린지 모릅니다.

봄은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왔고, 가을은 앙상한 가지처럼 야위어만 갑니다.

하늘이 다 같은 하늘이 아니 듯 지금 내리는 봄비도 그 시절 그 봄비가 아님을 알기에 더 그리운가 봅니다.

그 시절이 그립고, 그 시절이 아련하게 안개처럼 흐리기만 합니다.

아마도 아침이 오면 밝은 해가 떠 올라 이 밤에 느끼는 아련함이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https://youtu.be/Sv0FU_2I8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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