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嚴寺(화엄사)

by 한천군작가



산 바람이 시들부들

그 자리에 누웠는데

올봄에 피었던

홍매는 어딜 가고

노고단만 올려보나


각황전에 빌어 빌어

사자 석탑 삼층 아래

동서로 자리 잡은 오층 석탑도

새벽빛에 푸르며

비질하는 동자승을 기다린다.


산 아래에서 성삼재를 오르고

내려보니 섬진강이 쉬고 있으니

노고단도 발 담그고 쉬는구나

황룡사 금당을 닮았느냐

각황전은 세월 먹은 보루재를 만 지려 든다.



화엄사(華嚴寺)는 전라남도 구례군에 위치한 사찰로 삼국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오래된 국보급 사찰이다.

544년 인도에서 온 승려 연기가 창건한 것으로 화엄경의 두 글자를 따서 절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선덕여왕 12년인 643년에 자장이 증축하여 釋尊舍利塔(석존 사리탑),7층 탑, 石燈籠(석등 롱) 등을 건조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신라 문무왕 677년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覺皇殿(각황전)을 짓고 화엄경을 보관하였으며, 헌강왕 1년(875년)에 도선이 또 증축하였다. 하지만 임진왜란 때 화재로 피해를 입어 碧巖禪師(벽암 선사)가 7년, 인조 8년(1630년)부터 14년(1636년)에 걸쳐 재건하였고, 이어 대웅전 · 각황전 · 보제루(普濟樓) 등이 차례로 복구되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부속 건물은 모두 신라시대에 속하는 것으로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각황전 앞 석등·3층 사자 석탑·동 오층 석탑, 서 오층 석탑 등이 유명하며, 웅대한 건축물인 각황전과 대웅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의상대사가 화엄경을 선양하여 화엄 10대 사찰의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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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화엄사는 지리산을 오를 때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잠시 들리는 정도의 샘물 같은 곳이었다. 어느 해 겨울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그곳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잠시 차에서 내려 휙 하고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누구나 힘듬이 있듯이 그해 겨울이 그랬다. 무엇이 나를 그리도 잡고 놓아주지 않았는지 푸른 하늘도 날이 선 신경조직처럼 다가왔고, 그렇게 좋아하던 꽃들도 돌아 앉은 토라진 여인처럼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았던 그때. 또다시 홀로 여행길에 올랐고 그 길의 시작점에서 만난 화엄사는 너무도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이 눈에 꽉 참을 느끼는 순간 여지 것 가지고 있었던 힘듬이 모두 조각난 낙엽처럼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일까 그 아름다움이 아니어도 가끔 찾는 곳이 되어 버렸다. 물론 이곳만 아름다우랴마는 내게 힘든 날들을 잊게 해 준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있기에 특별한 곳이다. 그리고 그 위로 성삼재와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길은 너무 향긋한 길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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