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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l 09. 2016

그리운 꽃의 書 -41- 목화꽃

글꽃 선물 - 5- 어머니를 닮은 꽃

백로의 날갯짓이 만들었나

하얀 깃털 같은 너는

 여름 밭에서 일하시던

 저고리  흘리던 것처럼

 어머니를 닮았다.


하얀 소매 걷어 올리고

한줄기  닦아

발갛게 변한 얼굴처럼

꽃이었던  어머니도

목화처럼 흰머리가 성성하기만 하다.


부용처럼 향긋하진 않지만

단성은 이미 하얀 들판인데

구름은 바람과 함께 바쁘다 하고

어머니 얼룩진 땀방울만큼

하얀 목화가 정이구나.


8월이면 경남 산청군 단성면엘 가게 된다. 보기 힘든 꽃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연초록의 잎사귀가 천지요 겨드랑이 사이를 간지럽히면 한 송이 한 송이 피어 있는 순백의 꽃. 간간히 옅은 분홍의 꽃도 보이지만 나는 하얀 꽃을 좋아하니 흰 꽃에게만 정이 간다. 아니 시선이 고정되어 버렸다. 목화꽃을 볼 때면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가을이면 솜을 타서 두터운 요와 이불을 손수 바느질하시던 모습이 떠 오르고 "이건 목화솜이야 이거 따스운 건 잘 알지" 이렇게 말씀을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기만 하다. 유독 어머니 정을 못 느끼고 자란 탓인지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느끼며 커 왔으니 내게는 어머니나 진배없다. 

목화는 8`9월에 꽃이 피고 짙은 밤색의 열매가 터지면 그 속에 목화솜이 가득하다.

아마도 꽃으로 환하게 웃으시고 따뜻한 솜을 주시는 것이 마치 우리네 어머니를 닮긴 닮은 듯하다. 옛 어머니들은 목화에서 실을 빼서 아들 딸의 옷을 지으시고 포근한 솜으로 이불 만들어 한겨울 추위를 나게 만드셨던 정성과 사랑이 이 꽃의 꽃말을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꽃말 : 어머니의 사랑

나는 브런치를 좋아한다. 어쩌면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한 느낌보다 더 강렬하지 않을까. 브런치는 거대한 책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다 있는 도서관을 담은 거대한 한 권의 책이다. 그 속에 내가 쓴 글이 담겨 있고 모든 이의 글이 존재하기에 나는 즐겁고 떨린다. 매일 아침 눈 뜨면 습관처럼 전화기를 들고는 브런치를 본다. 이전에는 날씨를 먼저 봤는데 이제는 날씨보다 먼저 보게 된다.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 내가 보고 싶은 분들의 글을 하나씩 읽고 짧은 답글로 친분을 쌓아가길 1년이 지났다. 첫 글이 작년 6월 22일에 올린 갯사랑의 낚시 해법 낚시는 공식이 아니다 라는 글이 처음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낚시 관련 글을 쓰게 된 것은 월간지에 한 꼭지를 할 때 쓴 원고들을 다시 수정하여 바다낚시는 이런 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간간히 시를 쓰고 소설을 올렸지만 늘 부족한 마음에 이건 아닌데 하며 글을 내릴까 하는 생각도 참 많이 하였던 것 같다. 그러다 만나게 된 많은 벗들께 나는 늘 감사를 한다. 좋은 벗들에게 손강 정철은 한시를 적어서 선물을 많이 하였다. 비록 정철만큼의 글을 쓸 수는 없더라도 나 역시 그와 같이 내 벗들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선물해야지 하는 참에 가슴 먹먹함을 느끼게 만든 글을 발견하고 그날을 시작으로 나는 내 벗들에게 글꽃을 배달하기로 한다.

그 첫 번째가 책 사이 핀 꽃, 꽃댕강, 개쉬땅, 박태기꽃, 병꽃...

이제 여섯 번째 꽃인 목화꽃은 친정엄마의 꽃 사랑을 알려주신 연결고리님을 위한 글꽃이다.

목화꽃의 꽃말처럼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꽃이라 이 꽃으로 정했는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하얀 꽃은 마치 할머니의 여름 모시적삼을 닮아 좋아하나 보다. 이 꽃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라 좋다.

이 글꽃 받아 주실 거죠.

그리고 글꽃 선물은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세상의 꽃이 다 지지 않은다면.... 언제까지라도...

내 벗이 많아지면 글꽃도 많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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