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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l 23. 2016

그리운 꽃의 書 -54-목향

글꽃 선물 -18- 사람을 아는 것이 가장 큰 공부

향기로 나를 잡더니

바람마저 잡아서

향기가 온전하구나


초록이라 여름인데

가을빛 꽃이니

국화인 줄 알았다.


먼 산을 보는가

겨드랑이 사이로

고개 내민 너는


여름을 마시고

바람을 마셔서

나를 쉬게 한다.



향기가 좋아서 밀향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 약초 식물.

그윽한 향기가 너무 좋아 꽃차로 마셔도 좋을 법한데 그 향이 너무 짙어 맛을 알기 어려우니 다른 차에 조금만 넣어 마시면 좋다고 한다.

목향은 여름 토사곽란이 있을 때는 모과와 같이 쓰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차를 끓일 때 향기를 높이기 위하여 조금씩 넣고 끓이기도 하는데, 열이 심할 때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뿌리는  위와 장의 유동 운동을 정상으로 이끌어주는 작용이 있어서 소화불량·복부 창만·복통·설사·구토 등에 널리 응용된다고 합니다.

유난히 잔병 치래가 심했던 제게 할머니께서는 늘 생활 속에서 구할 수 있는 약재들로 집안 가득 채우셨죠.

봄이면 매실을 큰 장독으로 한가득 담으시고, 여름이면 포도를 또 한가득, 가을이면 모과를 또 한가득...

이렇게 많은 종류의 발효식품이 집안 가득하였는데 목향의 뿌리 역시 저를 위한 상비약이었죠. 그 덕에 저도 석류며 모과며 매실들을 해마다 담고 있죠. 누가 먹을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렇게 담느냐는 말을 듣지만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필요하겠지 하며 담근 것들을 간간히 지인들께 선물로 주곤 한다. 어제도 포도가 싸기에 또 사다 놓고 넋을 놓고 바라보기만 했지만 금방 작은 병을 씻어 그 녀석들을 설탕과 함께 데이트를 시켰다. 그래 누군가 필요하겠지 하며 미소를 지으며 땀범벅이 된 나에게 시원한 샤워를 선물했다.


아마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사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귀한 목향 꽃을 준비를 했는데 아직도 사람을 알아 가시는 정순훈 님께 어울릴지 고민입니다.

님의 글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에 잠기고 또 따뜻함을 느끼기에 이렇게 글꽃 하나 선물합니다.

받아 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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