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꽃 선물 -19- 엄빠의 그늘
그냥 앉았는가
흙 털고 서라 싶은데
그냥 두고 본다
앉은 모습이 어린애 같아
투정 부리는 아이 같아
쓰다듬어 주면
하얀 꽃을
천연덕스럽게 웃는 듯
앉은 채 날 본다.
내가 어미라도 되는 양
한 없이 나를 본다.
나도 그렇게 내 아이를
내려다보며 안아주듯
너를 보듬는다.
하얀 너를...
꽃말 : 존중과 애정, 사랑과 존경
탐스러운 딸기를 먹으려면 꽃을 솎으라고 한다. 맨 처음 핀 꽃이 딸기가 크고 여물며 달다고...
매년 봄이면 화분에서 싹을 피우는 딸기를 볼 때면 올해는 꼭 곁눈 제거를 해야지 하면서도 정작 꽃이 피면 그러질 못한다. 저 이쁜 꽃을 어찌 꺾어하며 그냥 둔다.
저리도 하얀데... 저리도 예쁜데...
어느 해인지 기억도 없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앙증맞은 화분에 딸기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사다가 창가에 두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딸기 곁에 하얀 꽃이 피어있었다. 그 꽃을 보며 그렇게 환하게 미소를 지은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딸기를 따 버렸다. 통상적으로 꽃을 따야 큰 딸기가 열리는데 나는 그 반대로 딸기가 무거워 꽃이 떨어질까 해서였다. 이런 내 모습을 할머닊서 보셨다면 분명 미친 눔이라고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렇게 한다 흰 꽃이 지고 딸기가 열리면 그 위에 핀 꽃이 그 무게에 떨어지면 어쩔까 한다. 그리고 딸기야 사 먹으면 그만이지만 꽃은 피고 지면 내년을 또 기약해야 하기에 작은 화분에 심어진 딸기는 먹는 딸기가 아니라 이야기한다. 나는 오로지 저 꽃을 보기 위함이니까.
계속 눈길이 가는 글들이 참 많다.
그래서 이렇게 끌리는 것일까 하며 계단을 내려가듯 하나씩 읽어가게 만드는 작가님의 글이 어떤 날은 하루를 보내게도 만들었다.
하얀 요구르트에 찍은 빨간 딸기가 얼마나 예쁘게 보였을까요. 하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하얀 꽃이 피기에 빨간 딸기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구나 하며 나도 모르게 하얀 요구르트를 통째 가져다 놓고 딸기를 찍어 봤다. 그리고는 멋없이 웃었다. 시큼한데... 그런데 달아.라고 말하며 내가 챙겨벅으니 이렇군.
황현 jeung 작가님은 어떤 맛이었을까? 한동안 궁금했다. 그러다 그것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본가로 달려가 이거 나 좀 담아서 줘봐요 라는 말에 눈이 동그래진 아버지는 그래 하며 따로 차려 주신다. 곁에서 보시던 어머니는 영문도 모르겠다는 듯 빙그레 웃으신다. 아마도 늦은 밤 찾아온 큰 아들이 아버지에게 일을 시키고 그것을 아무 말 없이 싱크대에 서서 해 주시는 모습이 웃음이 나오시나 보다. 그리고 잘 차려진 그것을 콕 찍어 입에 넣어 보니 집에서 먹을 때와는 다른 맛이었다. 그냥 시큼 달달함이 아니었다. 아주 미묘한 그 차이에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늘의 글꽃 선물은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신, 아니 오랜만에 눈가를 적셔주신 황현 jeung 작가님께 드립니다.
받아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