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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ug 10. 2016

慰勞(위로) 받는 글꽃 스물여섯 송이

위로는 말이 아니었다.(작가당 8월 주제:위로)

바람은 푸른 실과 같고

지나간 자리에는 여름이 푸르다.

햇 단장을 한 꽃들이

떨어진 아기사과를 빙빙 가지고 놀아

또르르 나는 소리 여름 소리인가.


목련이 태운 꽃잎에서

지난봄이 보낸 빛바랜 편지로

팔월에 나는 나비에게

꽃은 안개가 되기 전에

그 속으로 날아들라 전한다.


애끓는 마음이야 알아달랄까

눈물샘이 깊어도 마를 날 있으니

그대 먼 저녁 너머 피는 꽃

꽃 그리움이 아니고 기다림이기에

나비도 바람도 또르르 거리고만 있다.


말은 아끼는 것이 좋다 라고 배웠다. 하지만 아끼는 것만이 다가 아니란 것을 알아갈 즈음 행동 역시 디디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살아가며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위로를 하였을까? 그리고 내가 한 위로가 진정 위로였을까? 

위로라는 주제를 받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을 하다 댓글을 달아주시는 댓님의 글에서 그렇구나 하였다. 위로는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말았다. 십 대에 떠나보낸 친구. 그의 부모님께 나는 아직도 찾아뵙는다. "ㅇㅇ는 가고 없지만 저는 이렇게 곁에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울며한 약속 때문에 여태껏 최고의 위로라 여기며 살았다. 

군대에서 복무할 때 여섯 살 많은 후임병에게 휴가증을 주었던 기억도 역시 배려보다는 위로에 가까웠다.

"가버린 사람에게 축복이란 것을 주고 오세요"라고 말하며 그에게 건네준 휴가증이 그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을 때 가스 따뜻해 옴을 느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 본 기억이 뚜렷하지가 않다.


덜꿩나무꽃

글꽃 선물.

그것이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꽃을 다시 한동안 다시 보게 되었다.

향기 부족한 꽃은 글꽃 선물에 울고 말았다.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먹먹함이 더 컸다.
얼마 되지 않은 인연인데 글꽃으로 주시는 잔잔한 위로가 나를 그리 만들었다.
나와 닮은 꽃을 선물로 주시기 위해 언성 한 내 글에 애정의 눈길을 주시고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글의 감정을 따라잡기 위해서 당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 주시며
하얀 요구르트에 빨간 딸기를 찍어 드셔도 봤다는 그분의 섬세함에 촉촉이 젖은 눈꼬리의 이면이 살며시 웃고 있는 나를 보았다.

황현 jeung 작가님의 꽃은 울지 않는다 중에서


처음 글 몇 편 쓰고 말겠지. 나는 브런치에 아는 지인도 없으니 친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께 글꽃 선물하다 보면 금방이겠지 한 것이 벌써 스물여섯 송이가 피었다.

향기로운 사람...

이 글이 나를 바꾸어버렸다. 나에게 향기가 있었나? 하며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것도 일면식조차 없는 나에게 라는 생각에 나 역시 감동을 받았고 그 글이 힘든 날들 속에서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곧바로 글을 써서는 보답을 하였고 글꽃을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산딸나무꽃
봄이면 기다려지는 꽃들이 많아 설렌다는 사람
숨어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산을 찾는 사람
데려갈 애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꽃집 앞을 서성이는 사람
꽃 한 송이에 안부를 묻는 사람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노래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
나도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꽃을 보고 있으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던 그 사람
꽃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그분의 글에는 늘 꽃향기가 가득하다.

책 사이 작가님의 향기로운 사람 중에서.

내게 그런 면이 있었나? 그랬구나를 반목하며 오전 내내 고민을 하다 답글을 드린 것이 첫 글꽃 선물이었다. 그 후로 이 공간에서 알게 된 나의 글 벗님들께 때로는 하루 한 송이 때로는 이틀에 한 송이씩 선물을 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나는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처음 꽃은 울지 않는다란 메거진을 만들었을 때에는 단지 내가 꽃을 좋아하니 꽃 글을 써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것이 이제는 멈출 수 없는 나의 위로가 되는 글이 되었다. 은밀하게 말하자면 글꽃은 나를 위로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움이란 것이 주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많은 그리움이 내 속에서 자라고 있다. 그 그리움을 꽃들이 향기로 감춰주고 그 아름다움으로 감춰주기에 충분히 내겐 위로가 되는 것이다.

산수유.

친정엄마의 꽃 사랑을 알려주신 연결고리님께는 목화꽃을 , Botanic garden에서 나를 떠 올리게 한 꽃이라고 말씀하신 Han in Finland님께는 요강꽃을, 검은 돌을 잡은 내 손위에라는 글귀에 이끌려 도시락님께는 연꽃을, 나를 도깨비방망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불이 님께는 어리연꽃을, 루비의 태양이 되고 싶은 이란 강렬함에 김지현 님께 루비 꽃을, 유럽의 책이 있는 풍경을 전해주시는 네 딸 랜드님께는 자두꽃을,  만리장성 같이 거대한 성벽을 이으라는 뜻의 이름인 jina쑝님께 여귀 꽃을, 마음꽃을 피우다 라는 글귀에서 그래 하며 지성님께 산솜방망이 꽃을, 틈에서 시를 적다란 글귀에서 감성 작가 이장순 님께 민들레를, 비 냄새가 좋아서 비처럼 촉촉한 글을 쓰고픈 김달희 님께 비비추를, 기타큐슈 맨 이훈주 님께는 땅콩 꽃을, 구름바다님께는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메밀꽃을, 밝음을 베푼다라는 이름의 선명한 새벽빛님께는 부레옥잠을, 사람을 아는 것이 가장 큰 공부라시는 정순훈 님께는 목향을, 딸기를 요구르트에 찍어 먹어보게 만드신 황현 jeung 님께는 딸기꽃을, 사랑 앞에서 이별을 쓴다는 윤군님께는 여로 꽃을, 나는 눈물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현정 Lee님께는 닭의장풀을,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바람 날개님께는 루드베키아를, 글의 주제가 더 이상 사랑이 아니게 될 그날이라는 바다에 지는 별님께는 능소화를, "황"옥이라는 이름에서 노란 보석님께 벌노랑이 꽃을, 그림 하나에서 글 하나에서 감성 자극을 하는 달고나 이모님께는 기린초를, 음악으로 힐링하는 삶에서 늘 힐링을 주시는 fururewave님께는 상사화를 드렸습니다. 아직도 글꽃 선물을 드릴 곳이 너무 많은데... 아니 어쩌면 글을 쓰지 않게 되는 그 순간까지 글꽃은 늘 곁에서 피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를 위로하고 글꽃으로 조금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나는 글꽃을 피울 것이다. 나의 댓님들에게도 글꽃을 드리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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