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月華(추월화)

가을 달빛에...

by 한천군작가

국화는 저 홀로 많이 피리니

꿈에 본고향 그 강은

한가로이 흐르기에 부럽다.


대추 볼이 붉어지고

무엇으로 저리 붉은빛인지

나락마저 고개 숙였다.


달이 내려 앉은자리인가

고운 풀이 이슬에 눌린 것을

나 홀로 달이 앉았다 한다.


고향집에는 지금쯤 대추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넓은 마당 위로 보름달이 떠 오르겠지 라고 생각하니 그리움이 하나 더 늘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데 가면 되는 것을 하는데 정작 부모님은 "몸도 성하지 않은데 뭐하러 오냐 그냥 쉬어라 괜히 운전해서 오면 오는 내내 걱정이니 오지 말아라"라고 하니 텅 빈 집에 홀로 앉았다. 명절에 집에 갈 거라고 두부도 애견 호텔에 보내고 나니 정말 텅 빈 집에 혼자가 되었다. 간간히 명절 잘 보내라는 카톡과 문자메시지가 정적을 깰 뿐 너무도 조용하다. 뭐 책이나 보며 쉬는 것도 괜찮겠네 하는데 책이 온전히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니 막막하다.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기니 사람이 많다. 반갑다. 물론 아는 얼굴 하나 없는 곳이지만 북적이는 그것만으로도 반갑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행기라도 탈걸 하는 후회를 잠깐 해 본다. 가을이 익어가는데 나는 여전히 설익은 과일처럼 이러고 있다. 두부를 데려올까 하고 전화를 하니 오늘은 안되고 내일 오후에는 가능하단다.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내린 결론이 이거였다니 하며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한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딸아이에게 전화를 하니 지금 친구들과 좀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한다며 끊어 버린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 티브이를 켜 둔다. 마치 누군가 곁에서 날 위해 이야기를 하는 듯 한 느낌이라도 들길 바라는 듯이 그렇게 볼륨을 키워둔다.

내일은 뭘 할까 계획이라도 세워야겠다.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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