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落照)

by 한천군작가

붉은 실타래
드문 드문 던져졌고
아쉬움 지는 산자락 숨결에
눈시울 붉히다 모자라
이내 바다는 붉은빛
파도가 밀려온다.


해 지는 모습에는 알 수 없는 애잔함이 있다. 저 산을 넘어가면, 거 바다를 넘어가 버리면...

그러면 밤이라는 적막이 온다. 하나 뜬 달이 밝혀주기는 하나 그 짧은 순간의 붉음이 마치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마지막이라는 단어와도 같은 애잔함이 있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고 오늘 저 해넘이는 내일 또다시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아니기에 애잔한 것이다. 마치 추억은 그대로인데 나 홀로 멀리 와 버린 것 같은 느낌.

특히 이맘때 낙조는 더욱 가련하기만 하다. 떨어지는 낙엽의 색이 발해버린 것처럼 점점 그 붉음이 검은색으로 퇴색되어 가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가을의 낙조는 무심하면서도 가련하기만 하다. 곁에 국화라도 피어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면 달빛에 비친 국화의 그림자라도 볼 것을 한다.

落照吐紅掛碧山 寒鴉尺盡白雲間 放牧園中牛影大 望夫臺上妻低鬟
(낙조토홍괘벽산 한아척진백운간 방목원중우영대 망부대상처저환)
問津行客鞭應急 深寺老人杖不閒 靑煙古木溪西里 短髮草童弄笛還.
(문진행객편응급 심사노인장불한 청연고목계서리 단발초동농적환)

저녁노을 붉게 번져 푸른 산을 감돌고, 까마귀 잣대질 하듯 구름 속을 날아가네.
목장 동산의 소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남편 기다리는 아내 쪽머리 숙어지네.
나루 텄길 묻는 나그네 말채찍 급해지고, 절로 돌아가는 스님 지팡이 한가롭지 않구나.
저녁연기 고목에 서린 계서리 마을에, 다박머리 머슴 아이 피리 불며 돌아오누나.


travel-694284_1280.jpg 백령도 두문진의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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