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목으로 산을 엎었소
물 흘러 모두 강이 아니 듯
채공으로 마음을 다스릴 산이 있고
갱두로 목 축일 川를 찾았으니
공양주의 간상이로다.
臭覺(취각)으로 한 번의 깨달음 취함에 이르고
눈으로 즐거우니 見覺(견각)이라
味覺(미각)을 돋우니 산이 마음이요
가슴으로 부처를 만나니
川를 건너 보리수 心覺(심각)에 이르러 취함이 있다.
불교에서 음식에 대하여 사각사취(四覺四醉)라 하여 네 가지 취함을 이르는 말로 냄새로 취하고, 보는 것으로 취하고, 맛으로 취하고, 마음으로 취한다고 하여 일종의 경지를 이르는 말.
* 불목...... 불교에서 땔감을 구하는 일을 이르는 말
* 간상...... 상을 보는 것을 이르는 말
* 채공......찬을 만드는 말
* 갱두......국을 끓이는 일
* 공양주.... 밥을 짓는다는 말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입맛을 당기는 그 무엇이 있을까?
국화향에 한번 취하고, 단풍에 눈이 즐거우며, 그 짧음에 탄식을 하는 계절에 그만 마음까지 취할까 겁이 난다.
신이 사계절을 만들 때 유독 가을을 짧게 만든 이유가 아마도 너무 아름답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그리하지 않았을까.
해마다 시월이면 내장산을 찾아 떠나고 싶어 진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 풍경에 혼 마저 빼앗길 것 같아서 용기가 나질 않는 여행길 중 하나이나 몇 해를 가 보지 못하였으니 말경에는 꼭 찾아가서 그 풍경에 취하고 싶다.
그리고 경주는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곳이다.
아주 가끔 계절을 탓하지 않고 가는 곳이 경주다. 나 조차도 역사 속에 갇혀 버릴 것 같은 느낌과 아련한 그리움의 도시이기에 비우고 싶을 때면 찾는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면 동대구에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잔 재미가 없으면 하며 아담한 경주역에 내릴 때 그 향기가 다르다. 가을이면 경주는 단풍에 코스모스에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니 걸음걸음이 모두 마음 적시는 그런 곳이라 또 한 번의 여행을 계획하게 만든다.
이 가을이야말로 사각사취(四覺四醉)가 아니면 어느 계절이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