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곳으로 걷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다.
그 길의 끝을 바라만 보는 것도
시린 일입니다.
추운 날 따스한 목도리 같은
사람 하나 있었습니다.
눈으로 말해요 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 있었습니다.
생각만 하면 미소가
가득 번지는 날 들속에서
기다림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준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인연이 아니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요.
내 인연이 아닐지라도 가슴은 알고 있어요.
나 보다 더 나를 이해하려던 사람
그런 사람 이젠 없을 겁니다.
언제 어떻게 웃는지를
그때 알려준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가을이 깊어 가는 어느 날 집 앞 가로수를 보며 따뜻한 국화차를 우려 걸터앉았다. 아직은 덜 노란 은행잎이 가득이지만 몇 번의 비가 오고 몇 번의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붉은 보도블록이 노랗게 바뀌겠지. 그러면 또 두터운 옷을 꺼내 입고 저 아래 길을 걸어가겠지.
걸어서 6분이면 마산항이라 그런지 가끔 길 잃은 갈매기가 우리 집 옥상에 앉을 때가 종종 있다. 습관처럼 옥상에 의자 하나 두고 습관처럼 앉아 있기를 한다. 이것도 그리움 때문일까 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집으로 내려온다. 처음 이곳에 온 이유는 한 가지였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좋아서였다. 진주에 살 때에는 만나기 싫어도 친구들과 만나게 되고 그러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사람 안부를 묻기 때문에 힘들었다. 겉으론 웃었지만... 캐나다에서 돌아오며 다짐한 것이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보자였고, 우연한 기회에 직간이 이곳으로 정해져서 잘 됐네 하며 내려온 곳이다. 처음에는 갈 곳이 참 많아서 좋았다. 처음 살아보는 곳이니 길을 알아야 어딜 다니지 하는 마음에 참 많이도 다녔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다니는 길은 출 퇴근길과 마트 가는 길 그리고 커피 마시러 가는 길 뿐이다.
오늘은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등대를 보러 간다. 걸어서 10여분이면 도착하는 곳인데도 이렇게 맘먹지 않으면 못 가나 보다. 산책을 하며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하구나를 느끼며 하얀 등대를 만져보고 기대앉아도 봤다. 바람이 차다.
이곳에서는 주말이면 유람선을 볼 수도 있고 조금 멀게 보이지만 마창대교의 불빛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이 차서 해지기를 기다리게엔 무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어시장은 정말 사람 사는 곳처럼 왁자지걸하니 좋다. 꽃게가 싱싱해서 몇 마리 사고, 대하가 탐스러워 사서는 저녁엔 꽃게를 찌고 대하를 구워서 저녁을 먹어야겠다. 낚시꾼 몇을 불러 오랜만에 낚시 이야기를 해 볼까.
1997년 길을 걷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 돌려보고 그리고 "너 없이 백 년을 혼자 사느니 너와 함께 하루 살겠어"라는 가사가 좋아서 레코드점에 들러 김수희 CD를 샀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노래방에서도 가끔 불렀던 애창곡이 되었던 노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곡이 같은 해에 불려졌다는 것을 이후에 알게 되었다. 가수 김종환이 "사랑을 위하여"라는 앨범에 "존재의 이유 2"이라는 제목으로 불렀다.
두 사람이 부른 동일 한 노래에서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김수희의 아모르에는 서반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Prefiero Vivir un dia contigo que sola cien anos sin ti
Te quiero Esperam
e Hasta el que pueda estar conti
바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 "너 없이 백 년을 혼자 사느니 너와 함께 하루 살겠어 널 사랑해 기다려줘 네 앞에 서는 날까지"라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노래는 각기 다른 느낌이 있어 지금도 가끔 누군가 그리울 때면 이 곡을 부르기도 한다.
힘이 들 때면 너를 생각해
하루 종일 바쁜 시간도 널 위해 참는 거야
정말 미안해 현실에 매달린 내가
오늘 밤도 지친 몸으로 널 향해 걸어가는데
불이 켜진 너의 창문아 초라한 골목길에서
오늘과 미래의 내 모습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너 없이 백 년을 혼자 사느니 너와 함께 하루 살겠어
널 사랑해 기다려줘 네 앞에 서는 날까지
김수희 아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