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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Nov 23. 2016

같은 하늘 아래 -10-

해가 참 짧아졌습니다
겨울 해
스러질 햇살을
모두 모아서
화단에 심고
하늘을 뿌려 줍니다
산자락도 심어주고 싶고
순하디 순한 옛날도
그렇게 하늘을 뿌립니다
쓸쓸한 하늘 아래에서...



누구에게나 자신을 안아주는 그런 장소가 있을 것이다. 때론 그런 장소들이 하나씩 세상에서 사라질 때면 불안해지기도 한다. 자신의 기억조차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아주 가끔 못 견디게 그리운 날이면 - 보고파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날이면 나를 안아주는 어미의 품 같은 장소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 있기에 포근하기까지 하다. 언젠가는 그곳에서 밤을 새운 기억도 있다. 그리고 첫차를 탄 적도 있다. 그때는 서울에서 진주까지 운전을 해서 다닐 때였는데 돌아오는 길에 졸음을 참지 못해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 것이 그날 저녁까지 자버린 적도 있었다.

"미친놈"

그 소릴 들을만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같은 장소에 살면서도 서로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1997년 Letsomong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던 중 초등학교(국민학교) 동창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린 세상 참 좁다 라는 말을 했었는데 잠실에 살면서도 우린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이런 거 보면 세상은 넓다.

그래 우린 그때 만날 운명이 아니었을 거야. 사람은 만날 때가 있다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법상스님의 만남의 의미 중에서 시절 인연이란 글이 떠 오른다. 모든 것이 그때가 있다는 그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닫는다.

사람과의 만남도, 일과의 만남도 
소유물과의 만남도, 깨달음과의 만남도, 
유형무형의 일체 모든 만남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지천에 두고도 못 만날 수 있고, 
아무리 만나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래서 였을 것이다 라고 나를 쓰다듬는다. 위로를 한다.

그리고 이제 그 포근한 장소를 그저 기억 속에서만 간직을 하기로 한다. 무심코라도 그곳을 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을 한다. 노란 낙엽이 참 많이도 내려앉아 있었다. 강변을 거닐던 내 발은 폭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하였으니 짐작이 갈 것이다. 간간히 바람이 불어오면 그것들이 날아가 버릴까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기도 하면서 그 길을 걸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맘으로 그 길을 그렇게 걷고 간다.


정말 당신이 여기 온건 가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나요?
진짜인지 꿈인지 모르겠네요
왜냐면 정말 오래됐으니까요
당신을 본지가
나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당신의 얼굴이 더 이상

If you want me의 가사 중

Marketa Irglova의 If you want me 영화 "원스(Once)" 나오는 곡이다.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는 듯 한 이곡이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이라서일까. 추억 속에는 무수히 많은 노래가 존재한다.

어떤 곡은 전주만으로도 눈시울 적시는 곡이 있고 어떤 곡은 빠른 탬포가 아닌데도 신이 나는 그런 음악이 있듯이...

이 곡은 억지스러울 정도로 내 추억에 끼워 넣으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가사가 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속삭이듯이 노래하는 그녀가 마치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아니 이별을 한 사람들까지 안아주는 그런 곡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 들려오던 그 음악이 오늘 밤에는 참 좋다.


https://youtu.be/Q8hKDfJRL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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