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Toby

by 한천군작가

" Come Toby"

큰 강아지가 제 이름에 반응을 한다. 갸웃거리는 것이 "넌 뭐야?" 하는 듯이 한 참을 갸웃거리고 다시 이름을 부르자 그때야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은 나의 주위를 두어 번 돌더니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온몸의 힘을 오른쪽 팔에 집중을 하고 목덜미를 만지니 그때사 내 손가락을 핥는다. 그리고는 아주 순한 양이 되어 내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녀석을 처음 본 것이 매일 커다란 창 앞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을 아주 지루한 하루 중 어느 날 내 앞으로 굴러 온 노란 공을 가지러 미끄러지듯 달려와 공을 물고 그리고 내게 슬쩍 눈빛 한 번 주고는 다시 달려가는 것이 그 녀석과의 첫 만남이었다.

"병원에 뭔 개새끼야"

이렇게 말을 하며 방향을 바꿔 병실로 가 버렸다.


다음날 같은 자리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것은 하얀 눈에 반사되는 수억의 조각난 빛들이 반짝이는 것이었다. 주위가 어두웠다면 밤하늘로 착각을 할 정도로 영롱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컹 컹"

"뭐야 이 개새끼는. 야 저리 가"

손사래를 치며 그 녀석에게 짜증을 부리고 그 녀석은 다시 짖었다.

"이노무시끼 너도 날 동정하는 거야. 저리 가"

끝내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멀어지는 휠체어를 그 녀석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모퉁이를 돌며 그 자리에서 나를 보는 그 측은함에 나도 모르게 멈췄다.

"저 개새끼 이름이 뭐였지?"

아주 까칠한 말투를 쓰는 모습이 어색해서 그 녀석이 날 이상하게 본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Hey~~~"

나도 모르게 그 노란 덩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노란 덩치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게 달려온다.

나의 동의도 얻지 않고 내 손가락을 그리고 일어나 내 얼굴을 핥기 시작한다. 무슨 의미였는지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후 나는 이 녀석과 친해졌다. 뒤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휠체어를 탄 동양인이 주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다 그가 죽고 이 노란 래브라도는 이곳에서 약간의 교육을 받고 환자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의 부탁이었다고 한다. 마지막...

나는 마지막 부탁을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그날부터 다이어리에 마지막 부탁이라는 글을 쓰고는 그 아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부탁...


무릎 위로 두툼한 담요를 덮어두고 햇살 좋은 창가에서 책을 본다. 그리고 그 곁에는 미동도 없이 토비가 엎드려 있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둘은 동화되어 있었다.

강아지를 싫어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토비에게 신경질적이고 곁에 오지 못하게 하였던 보습과 무슨 뜻인지 모르는 한국어로 화를 내는 모습이 그랬다고 그리고 저러다 강아지 때리는 거 아니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아주 까칠한 동양인이군"이라는 말을 하며 지나갔다고들 한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가. 킴에게 부탁을 해서 토비의 간식을 준비하고 어떻게 놀아줄까를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강아지를 싫어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강아지와 함께 살았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기억 속에 이 녀석보다 덩치가 더 큰 강아지가 집에 있었다.

이름은 루비. 생김새는 이 녀석과 비슷하다. 단지 종이 다를 뿐이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전국 투견 대회에서 몇 년을 우승한 녀석의 딸이다." 라며 그리 작지 않은 녀석을 데리고 오셨다. 도사견은 흔히 싸움하는 개로 통한다. 하지만 루비는 너무도 온순하고 사랑스러운 녀석이었다. 골목으로 접어들면 그 녀석의 짓는 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소리를 듣고 짓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내 발자국 소리에 반응을 했다.


"저 놈 짓는것 보니 내새끼오는갑다" 라고 할머니께서 미리 대문을 열러 주셨다. 그리고 루비는 굵은 목줄을 끊어버릴 것 처럼 격렬하게 나에게 달려들었고 난 어김없이 뒤로 넘어지고 나의 배 위에는 그 녀석이 올라와 나를 핥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엄마가 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점점 불러오는 배를 보며 할머니는 녀석을 위한 특별식을 매일 준비를 해서 먹였고 그녀석은 소이 말하는 세수데아로 한끼를 거뜬히 해 치웠던 먹성 좋은 녀석이었다.

"루비 너는 여자가 되서 그렇게 개걸스럽게 먹어 좀 여자답게 좀 먹을 수 없어"

"컹컹"

그랬던 루비가 추운 겨울날에 엄마가 되었다. 모두 열세마리의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마리는 죽었으니 열두마리가 맞는것이다. 그 녀석의 집은 너무 큰 덩치 때문에 마당에 있던 샤워실의 욕조를 때어내고 만들어 주었다. 그건 아버지께서 하신 일이다. 그리고 겨울이라 붉은 색 담요를 몇장을 깔아 두었는지 모른다. 이건 할머니 작품이었다. 할머니의 동물 사랑은 남다르셨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추운 날이면 춪비 말라고 백열등을 켜두시고 작은 난로를 넣어 주시기도 하셨다. 그날 밤에도 그 녀석은 날로가에 누워서 산고를 겪고 있었고 마침 토요일 밤이라 나 역시 그 녀석 곁을 지키고 있었다. 첫번째 아기가 태어나자 그 녀석은 본능적으로 아기막을 혀로 핥아 숨을 틔워 주었고 두번째 세번째 그렇게 아기들의 수가 늘어갔다. 새벽이 오고 열 두마리가 모두 태어나고서야 나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할머니는 큰 솥에 북어국을 끓였고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시고는 미리 식혀둔 북어국을 아기엄마에게 주곤 방으로 들어 가셨다.


토비와의 첫 만남은 악화되어 있던 내 자신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그 녀석에게 괜히 까칠하게 대한 것이었다.

아마 토비도 그것을 알았으리라 믿는다. 이제 이곳에서도 친구가 생겼다. 아주 든든한 놈으로 말이다. 내 침대 아래서 잠을 자고 내가 조금이라도 찡그리며 아파하면 그 녀석은 간호사를 데리고 오곤 한다. 고마운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