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 싶지 않다는 것과 잃을 것이 생긴 것의 차이는...
잃고 싶지 않다고 느낄 때부터
이미 잃을 것을 가지게 된 것이다.
죽음이란 것이 다가올 때부터
가장 가까이에서 존재하는 신뢰가 되어버린 그것
산란을 마친 그것의 분비물이 되어버린
깨어나지 않은 기억이 산재하고
부화를 기다리는 기억이 공존한다
그것은 죽음이 턱까지 차 올랐을 때
비로소 부화를 할 것이다.
오래된 일기장에서 그날만큼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고 흐리게 눈물자국이 아른 곳과 다른 색으로 나를 반긴다. 왜 그날은 아무것도 안 적혀 있는 것일까?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앞을 보고 다시 뒷장을 봐도 그날의 기억이 없다. 나 조차도 알기를 거부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워진 하루를 잡고서 또 하루를 보내 버린다.
길을 가다 문득 "여기?" 하는데 기억이 나질 않을 때가 있다.
혹은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저 사람?" 하며 스쳐지나고 돌아서 보고도 기억해 내지 못할 때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저장 공간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뇌 스스로가 지워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스치고 하면서 우리는 바쁘게 하루를 살아간다. 그 시간 속에서 정작 최선을 다 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절박하게 그 시간이 아까운 사람이 아닐까?
남은 시간이 부족한 아주 절박한 그런...
이 생각이 슬프게 말을 건다. 만약 죽음이 코 앞에까지 다가와 당신에게 영혼까지도 알아차리도록 열심히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대답을 위해 창가를 잡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빗물이 아련하기만 한 오늘도 혼을 다해 살아보려 한다.
들여다보지 말아야 한다.
슬픔이란 손 대면 금방 물이 번지듯 손에 묻어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