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만나고 난 후
두려움을 마주하고 앉았다.
삶 앞에서 몇 번의 소망이
결국 신을 찾게 하였고
지금도 이렇게 찾고 있다.
점점이 사라지는 육신의 흐름이
두려움에서 다시 간절함으로
나의 목을 옥죄어온다.
허무하게도 마지막 춤을 추는
나비의 팔랑거리는 날갯짓처럼
얼마 남지 않음을 불식시키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난 후
등 돌려 앉고 싶어 졌다.
검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같은
맞은편에 앉은 두려움으로부터...
길을 걸으면 그 길의 끝을 떠 올린다. 어쩌면 그 사이에 목적지가 달라질지라도 그 길의 끝은 언제나 그곳이었다. 때론 잠시 다른 길을 가기도 하지만 결국엔 처음 그 길을 걷는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한 길을 걸어가다 가끔 풍경에 취해 잠시 쉬기도 하고 다시 걷다 후회하기도 하며 그 길을 가는 것이 어쩌면 나의 산책과도 같다.
처음 그 사람에게 걸어갈 때는 그 길의 끝이 그 사람이라 여기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는데 점점 사잇길로 걸어가 버렸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그 길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멀리 가 버린 것을 알았을 때는 중년의 나이로 노을처럼 발해버린 하늘처럼 귀밑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것이 그 하늘처럼 변해 버린 후였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말을 한다.
후회 없는 삶은 없다고.
그럴 것이다.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없는 것과 같이 후회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인형의 삶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후회를 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내일 아침이면 그 후회가 나의 사람에 남겨진 빛바랜 사진이 되어 있을지라도...
그 사진을 보며 또 하나의 다짐을 할 수 있기에 나는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