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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05. 2017

그리운 꽃의 書 -78- 풍년화

글꽃 선물 -42- 丁酉年 글 벗님들과 댓님들께...

겨울바람은 개집 아이처럼 수줍어한다.

가위 하나 들고 이 나무를 자르고

곁눈질에 심통 맞게도 다음 나무를

개집 아이 가위질에 길게도 짧게도

길쭉하니 예쁘기만 하여라.

노란 종이를 잘라다 붙였을까

빨간 종이를 잘라다 붙였을까

겨울 개집 아이가 만들어 놓은 꽃이

굵은 가지에 툭 던져져 있다.


봄을 알리는 꽃은 의외로 참 많다. 제주에서 보았던 복수초는 한라산을 닮은 듯 눈 속에서 피어나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마치 종을 흔들어 동면하는 대지를 깨우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피어난다. 그리고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면 춘삼월이구나 하였으니 봄을 알리는 꽃들은 참 많구나 한다.

겨울이면 주변의 꽃들에 관심을 두기에는 그 찬바람이 야속하기만 하다. 

봄이면 상춘객들이 저마다 꽃을 찾아다니지만 겨울에는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꽃이 피었다고 연락이 오는 것이 아니기에 그즈음이면 꽃에게로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우니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본다.

산책을 하며 봐 두었던 어느 집 담장에 피곤한 무게의 가지를 내려놓은 풍년화 나무를 발견한 것은 작년 여름 즈음일 것이다. 저 나무에서 종이를 찢어 붙인 듯한 꽃이 피는 것을 보려면 족히 6~7개월은 내가 참고 기다려야 하는구나 하였는데 이제 그때가 온 것이라 여기며 서둘러 그 집 담벼락 아래로 달려간다.

아직은 몇 피지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저 가지들이 꽃을 주렁주렁 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입안 가득 미소를 채워 버렸다.


노란 풍년화의 꽃말은 저주 악령이라는 듣기 좋은 꽃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꽃말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이 꽃이 많이 피면 그해 모든 작물들이 풍작을 이룬다고 믿었던 일본인들이 흉년을 저주한다는 뜻으로 여겨서 그렇게 붙은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붉은 풍년화의 꽃말이 사랑과 정성이니 그 뜻이 맞을 법도 하다.

새해 첫 글꽃을 풍년화로 드리는 이유는 모든 글 벗님들의 글이 풍요롭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동안 글꽃 선물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 어쩌면 글꽃에 대한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라 여겼습니다.

게을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꽃에 대한 시가 100여 편이나 적어 두었다는 것이 나의 게으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데...

받으실 분을 제가 꼭 알아서 드리는 것이 아닌데 돌아오는 답들이 허허롭게 만들어 버려서 한 동안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저 알아요?"라는 글 한 줄이 글꽃들을 서랍에 넣어버리게 만들었으니까요.

제가 글꽃을 선물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나의 글만이 글이 아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그분의 글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글 벗님들께 혹은 댓님들께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가님의 글이 있으니 하는 식의 소개를 겸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어떤 분들께는 지나친 호의요 저의 오지랖으로 보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글꽃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꽃은 모든 글 벗님들께 드리는 것이니 받아 주실 거죠?

올 한 해 모든 작가님들의 풍요로운 글들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풍년화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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