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그냥 바람인데
내게 불어 온 바람은 다른 바람이었다.
춘풍이기도,
훈풍이기도,
북서풍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모두 좋았다.
내게 그렇게 불어 온 바람이라 좋았다.
걸음마를 배운 아기의
뒤뚱거림으로 너는 불어왔고,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처럼
숨 가쁘게 달려오는 것처럼 불어왔으며,
머리카락을 살짝 날리게도 불어왔다.
그래서 좋았다.
당신이라는 바람이 꽃잎을 날리고,
내가 그 아래에서 당신을 보며
개구쟁이의 장난처럼
꽃잎이 콧등에 내리면
단미와 같은 당신이 거기 있어
나는 달콤하였다.
그래서 좋았다.
그래서 지금 바람을 만지고 있다.
당신을 만지듯 눈을 감는다.
단미 : 달콤한 여자, 사랑스러운 여자를 뜻하는 순우리말
바람이 참 좋은 어느 날, 그런 날이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마음일 것이다.
오늘은 바람이 참 좋다.
혼자 산책을 하며 이런 날에 왜 내 손은 허전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주머니에 깊숙이 손을 넣어 버렸다.
그리고 잔 자갈이 늙은 레일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며 다시 산책을 한다.
부탁해요.
많은 말을 잡을 수 없어요.
인생은 막막하고,
높은 산과 넓은 물에도 당신을 찾을 수 있어요.
하늘 끝을 방랑하며,
여기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예쁜 노을을 봐요.
서로 엉켜 있는 당신은 바람 나는 모래.
당신은 바람 나는 모래.
조금씩 지난날의 구름과 연기,
지난날의 꽃.
하늘과 땅은 영원하고,
서로 돌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집이에요.
你是風兒我是沙(니시풍아아시사, 당신은 바람 나는 모래)
중화권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들었던 곡이다.
왜 이 곡이 떠 오르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지금 불고 있는 바람 때문이 아닐까.
그날처럼 그렇게 불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