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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23. 2017

하늘이 곱다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1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을 한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니 숫자 4가 죽을 사라고 인식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늘은 하얀 구름이 간간히 비봉산을 힘차게 끌어안고 있었고, 중앙로터리에는 코를 찌르는 최루탄의 냄새가 가득했다. 무엇을 위해서 저토록 저들은 시위를 하는 것일까?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곳을 지나간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그들은 하나 된  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고 있다.

의경들은 봄인데도 두꺼운 옷을 입고 투구와도 같은 것을 쓰고 방패를 앞에다 세우고 숨죽이며 그들과 대치 중이다.


홍모 : 니미럴 지랄들을 하고 있어요. 저런다고 세상이 바뀌냐고. 비싼 밥 처묵고 머하는 짓이고 저기.

상혁 : 모리모 씨부리지 마라. 저리하이 이나마 사는거 아이가.

홍모 : 지랄을 하세요. 저 지랄 안해도 다 묵고 산다.


그 남자의 곁에서 함께 길을 걷던 친구들이 불만을 보인다.

그래 그들이 저렇게 하기 때문에 사회가 일어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홍모 : 나는 타임 보로 갈란다. 상혁이는 빨간 풍선이니까 니는 쪼삣하게 가고 넌 가자. 아이고 무시라 오늘도 내 타임에는 손님도 없겠네. 저 지랄을 떠니 니미럴...


그 녀석 입이 걸다. 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어쩜 그렇게도 상냥하게 변하는지...

둘은 내가 너를 부를 때로 향했다. 그들의 뒤에는 여전히 민중가요가 울리고 북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Wake me up before you go-go 
'Cause I'm not planning on going solo 
Wake no up before you go-go 
Take me dancing tonight 

둥근 디제이 박스에서 Wham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시간이면 여자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아마도 저 녀석 때문일 것이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하지만 시내 쪽은 집회를 하는 관계로 통행에도 불편을 주고 코를 찌는 냄새가 좋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우린 이렇게 음악과 함께랍니다"


Wham의 노래를 시그널로 사용을 하는 녀석의 방송 시간이란 걸 누구나 알 법하다.

헤드폰을 쓰고 노래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곡을 선곡하고 있다.


원형의 디제이 박스를 기준으로 총 12개의 테이블이 있고 그 아래로 22개와 대형 미팅 테이블이 2개가 있는 공간이 넓으면서 알락 함이 있는 당시로는 다소 큰 큐모의 음악다방이다. 

그 남자는 디제이 박스의 왼쪽 테이블에 앉았다.


그 남자 : 창현아 나도 뭐 한 잔 주라.

창현 : 뭐 줄까?

그 남자 : 음... 그냥 커피. 안 탄 걸로 주라이... 저번처럼 탄 거 주면 죽는다이

창현 : 하하하 입이 귀신이라니까.


그렇게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그 남자는 그렇게 앉아있다. 가끔 홀을 두리번거리며 뭐 도울 일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치워주기도 한다. 


철우 형 : 아요 니는 그런 거 하지 마라. 아들 시키모 되는데 머하러 니가 그걸 하노.

그 남자 : 행님도 참. 바쁠 때는 아무나 하는 거지 니일 내일이 어디있노.

철우 형 : 그래도 니 이미지가 있는데 그라모 되나.

그 남자 : 내가 이란다고 싫어하모 그만이지. 나는 고마 내 시간에 음악만 듣고 저거끼리 떠들다 가모 좋겠다. 내 안 괴롭히고. 하하하


이곳의 사장인 철우 형이 유독 그 남자를 아낀다.

아마도 여자들 틈에서 자란 막내에다 엄하신 어머니 아래서 자랐기 때문에 그 남자를 친동생처럼 여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82년도 리차더 기어 주연의 사관과 신사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Joe Cocker & Jennifer Warnes - Up Where We Belong을 다음 곡으로 선곡을 합니다."


녀석의 곡 소개는 늘 저런 식이다. 너무 평범하고 너무 짧다. 그것이 그 남자는 늘 불만이었다.

음악실 뒤로 가서 그 남자가 말을 한다.


그 남자 : 짧은 머리의 리차더 기어가 너무 섹시 하잖아. 너 좋아하는 섹시 그런 것도 좀 이야기하고 You are                    so Beautiful을 부른  Joe Cocker와 1983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그룹 팝 보컬상을 받고 더             티 댄싱에서는 The Time Of My Life를 불렀던 Jennifer Warnes가 함께 부른 로맨틱한 곡이라                 고도 좀 하고 그래라. 야이 문딩아. 여자 꼬시는데만 신경 쓰지 말고 공부 좀 해라.

홍모 : 지랄을 하세요. 내가 머 이걸 죽을 때까지 할 것도 아닌데 머 할라꼬 공부를 하노. 고마 좋은 거 틀어주고 이쁜 애들 있으면 눈길 한 번씩 주고 하는 기지.

그 남자 : 그래 니 잘났다. 니 똥 굵다. 에이 씨


그들은 너무 친한 친구 사이라 그런지 욕을 해도 찌 푸르지도 않는다. 서로의 그런 모습이 어떤 이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저녁 6시

그 남자가 디제이 박스로 들어간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시그널 송을 선택을 한다. 촥촤악촥 LP앨범이 한 장 한 장씩 그의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오가며 다음 앨범으로 손이 옮겨 가는 것이 능숙하다. 그리고 알코올과 물이 적셔진 융과 그것이 혼합이 된 분무기를 들고 정성스럽게 LP판을 원형을 그리며 닦는다.

헤드폰을 한쪽 귀에 가져다 대고 슬로로 LP판을 돌려 음악의 시작에 걸어 둔다.


Cusco-Inca Dance 가 서서히 흘러나오고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잡는다.

"화장한 4월의 하늘은 여전히 눈부십니다. 남강변을 걷는 사람들, 촉석루를 찾는 사람들, 하지만 이렇게 음악을 듣는 시간이 그 풍경만큼이나 좋아 보이는 그런 봄날의 저녁 Let't go train music 시작합니다."

그 남자의 시그널이 경쾌하게 흘러나왔고 그 남자의 묵직한 중저음이 홀 안에 울려 퍼졌다. 어떤 좌석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미어캣처럼 고개를 쭈욱 뽑아 디제이 박스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분명 그 사람은 처음 그 남자의 시간에 온 것일 것이다. 그 남자의 중저음은 디제이들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던 그대로 두고 사용을 하면 하오 링이 생겨 안되기 때문에 마이크를 조절한다. 모두 0에 맞추고 사용을 한다. 그래도 묵직하게 들리는 목소리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오늘의 첫 곡은 Peabo Bryson & Roberta Flack 의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Tonight I Celebrate My Love 이곡은 리듬이 좋아서 많은 분들이 사랑을 하는 곡이지만 그 가사를 자세히 보면 약간은 은밀한 남녀의 대화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밤 너에 대한 내 사랑을 기념해. Tonight I Celebrate My Love로 저녁을 열러 드립니다"

그렇게 그는 감미로운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를 잘 섞고 있다. 


그 여자 : 언니... 이


조금은 과장된 것 같은 느낌의 애교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카운터에 앉아 있던 철우 형의 누나인 주복 누나에게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리 듯 총총거리며 뭔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참을 그 주변에 서서 수다를 떨고 있다. 일행이 있다는 것을 잊었는지 한동안 그렇게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일행으로 함께 온 아가씨에게 손짓을 하며 말을  그 여자가 말을 한다.


그 여자 : 진영아 거기 앉아있어. 금방 갈게... 호호호


눈웃음이 예쁜 아이다라고 디제이 박스에 있던 그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것이 그 남자가 그 여자를 처음 본 날이다.


Wham - Wake me up before you go-go 
1984년 발표된 Wham의 히트곡으로 빠른 비트의 경쾌한 느낌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

Joe Cocker & Jennifer Warnes - Up Where We Belong
1982년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으로 잘 알려진 사랑의 테마곡

Cusco-Inca Dance
Michael Holm과 Kristian Schultze의 뉴 에이지 뮤직의 한 획을 그은 곡으로 지금도 TV시그널로 사용될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Peabo Bryson & Roberta Flack - Tonight I Celebrate My Love
1983년 발표된 곡으로 국내가수들도 많이 부른 곡.

https://youtu.be/CLiLMboE9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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