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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25. 2017

You Mean Everything To Me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3-

누군가에게는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흘러간 기억일 수도 있는 것이 있다.

사랑은 한 사람의 가슴에서는 오랜 추억으로 아련하기만 하지만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가끔 아주 가끔 떠 오르는 기억일 뿐이다.


이른 아침 대청소를 한다고 가게 안이 시끌시끌하다.

매주 일요일은 가게 식구들이 모두 모여 이렇게 대 청소를 한다. 디제이들은 뮤직박스 청소와 내실에 있는 많은 양의 LP앨범들을 정리하는 것이 대청소의 일부였고, 서빙을 하는 사람들은 가게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물론 주방팀들은 매일 청결하게 청소를 하지만 그래도 그 날은 평소 건드리지 않았던 것들까지 모두 내려 닦는다. 그리고 모든 잔과 스푼을 소독한다.

일주일 단 한 번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이니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또 반가워 장난을 치기도 한다. 모두가 20대 초반이다 보니 서로 친구이기도 형이기도 동생이기도 하니 모두 하하호호하며 일요일 아침은 그렇게 분주하다.

그 시간 청소를 먼저 끝낸 그 남자는 내실에서 김치를 볶고 큰 전기밥통에 가득 밥을 하고 있었다. 일요일이 좋은 것 중 또 하나가 20여 명이 넘는 식구들이 한 자리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주복이 누나는 시장을 봐 온다. 많은 것을 사 오지는 않지만 모두가 웃으며 먹을 수 있어 좋다.


오전 10시

뮤직박스에는 오프닝을 담당한 초보 디제이가 들어가 있다.

Kansas 의 Dust In The Wind 가 흘러나오고 그 남자는 뮤직박스로 걸어가 말을 한다.


그 남자 : 올드팝 메들리 같은 거 걸어 놓고 나와서 밥 먹어

기영 : 네


보통 디제이들이 화장실을 간다거나 할 때에는 아주 긴 음악을 걸어두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른 아침이면 손님이 많지 않기에 흘러간 팝송 뭐 그런 것을 걸어 두고 뮤직박스를 비워두기도 하였다.

시끄시끌하던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고 조면이 아침과는 다르게 어두워져 있다. 일요일이라 이른 약속을 한 커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찾아 앉고 다시 활기를 찾아간다.



그대는 내 외로운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그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입니다
난 정말 외로웠어요. 그대 그 놀라운 사랑 안고
내게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정말 예전엔 어찌 살았는지 몰라요
그대는 내 생명이오, 내 운명입니다
오 내 사랑, 너무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는 내 모든 것입니다
You Mean Everything To Me 中

그 남자는 지금 Neil Sedaka 의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선곡하였다.

그리고 돌아 앉아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이 노래가 먼 훗날 얼마나 아픈 노래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 남자는 모르고 그렇게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그 여자 : 어 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랜데... 이것도 틀어 주세요


신청곡이 적힌 메모지를 내밀며 그 여자가 말했다.

그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몇 걸음 걸으면 닿을 테이블로 돌아가는 그 여자의 모습을 보고 마이크 볼륨을 올린다.


"세상을 살아가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것이 아닐까요. Neil Sedaka 의 You Mean Everything To Me처럼이요. 음악실 선정곡으로 준비해 드렸던 곡이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좋아하는 곡을 선곡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또 우연이라도 좋을 말을 들을 때도 있으니 좋습니다.

다음 곡은 주셨던 곡 중에서 선곡을 먼저 해 드립니다.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전주가 흘러나오자 그 남자는 다시 마이크의 볼륨을 올리며 다른 손으로 음악의 볼륨을 줄인다.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저는 개인적으로 시적인 이 대목을 좋아하는 곡이네요"


다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임희숙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잔잔하게 테이블을 비추고 있는 할로겐램프의 가느다란 불빛이 노란 장미를 흔들고 있었다.

그 남자는 좀 전에 올렸던 LP를 걷어 들이고 다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다음 곡을 준비한다.

LP판에 분무기로 수분을 보충하고 쓱쓱 닦으며 그 여자를 힐끔 처다 본다. 여전히 그 여자는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연신 웃으며 그렇게 앉아 있다. 그러다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 여자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이 노래"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 그렇게 말을 하였을 것이다.


저녁 8시


익숙한 시그널 송이 흘러나오고 그 남자의 시간이 끝이 났음을 그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알리고 있었다.

"밤은 늘 고단함을 쉬게 만들지만 청춘에게는 못다 한 이야기를 하라고 주는 선물이 아닐까요. 오늘도 이렇게 밤이 찾아왔습니다. 행복한 밤 되시고 저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저였습니다"

다시 시그널 송이 점점 커지면서 그 남자가 뮤직박스에서 나온다.

화장실로 융을 들고 걸어가는 그 남자에게 철우 형이 말을 한다.


철우 : 그거 해다 주고 이리 와봐

그 남자 : 왜?


그렇게 그 남자는 융을 깨끗하게 빨아서 뮤직박스에 가져다주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간다.


철우 : 여기 인사해 자주 보는 얼굴이지. 내 친동생이나 마찬가진데 나중에 네가 좀 데려다줘

그 남자 : 내가?

철우 : 그래 친구들하고 좀 놀다 올 거니까 그때 다리 건너까지만 데려다줘.

그 남자 : 몇 시에?

철우 : 가게 마치기 전에 온다니까. 그리고 내가 너 아님 누구에게 이런 부탁을 해

그 남자 : 알았어요. 데려다만 주면 되는 거지.


철우 형이 빙그레 웃는다. 그 남자도 내심 나쁘지는 않았으니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었다.

아니 그 남자는 매일 찾아오는 그 여자를 언제부터인지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 이것도 기회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혹시 철우 형이 둘을 맺어 주려고 그러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였다.


그 남자 : 저 인간이 어지간히도 엮어주겠다.


그 남자는 혼자 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버스 정류장 앞이라 많은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이었고 그 옆에 호두과자를 파는 리어카와 나란히 녹음된 테이프를 파는 리어카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참 인기 있는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담배를 피워 물고는 그 음악에 고개를 움직이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외로운 밤 소리 없이 어디론지 가고 싶어
흘러가는 구름처럼 정처 없는 이 내 발걸음
허전한 내 마음 그대는 알 거야
귓가에 맴도는 그대의 속삭임
왜 이리 내 마음 적시어 있는지
애타는 마음을 너는 알겠지
박남정 - 널 그리며 中
Kansas - Dust in the wind
심포니 락 그룹 캔사스의 1977년 곡으로 6~70년대 미국의 반전 평화 운동의 퇴조속에서 느끼는 허무함을 표현한 곡이다.

Neil Sedaka - You mean everything to me
너무도 유명한 곡이다.
Neil의 곡 중 1959년 히트곡인 Oh Carol은 여성가수인 캐롤킹에 대한 연정을 표현한 곡으로 유명한데 이후 캐롤킹이 Oh Neil이란 곡을 불러 화재가 되기도 했다.

https://youtu.be/muOXUB9A5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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