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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25. 2017

설레임이었다 그것은...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4-


새하얀 여름 달밤

얼마만큼이나 나란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었을까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조병화 첫사랑 中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그 소년의 풋풋함도 사랑이었다. 오히려 그 풋풋함이 가슴 아리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다 큰 성인들의 이야기였다면 그 진한 향이 느껴질 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한 번은 찾아오는 아련함의 경험이다. 치러질 수 없다는 첫사랑에 대한 말들 때문에 미련이 남는지도 모른다.


달빛이 강물에 내려앉아 노를 젓고 초 여름이 오려는 듯 강변의 대나무 숲이 조용히 웃고 있다.

그 남자에게 강 건너까지의 길이 이렇게 가까웠나를 실감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였다. 또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간다는 것을 그 남자는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와 함께 걷는 길이 그렇게 가깝고 또 그렇게 시간이 짭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 남자는 말없이 두어 발 정도 앞에서 걷고 그 여자는 뒤에서 걷고 있었다. 둘은 아무런 말 없이 그렇게 걸었다. 그러다 그 여자가 먼저 말을 한다.


그 여자 : 나 매일 거기 가는데...

 

그 여자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였다.


그 남자 : 아는데...


그 남자 역시 말을 끝내 지를 못한다.

그리고 둘은 또 아무런 말 없이 걸었다. 어느 듯 그 여자는 그 남자와 나란히 걷고 있었고 가끔 힐끔거리며 그 남자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가끔 웃어 보이기 했다.


그 남자 : 웃는 게 예뻐.

그 여자 : 네?

그 남자 : 아니...


그 남자의 반응에 그 여자는 그만 걸음을 멈추고 환하게 아주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런 그 여자를 본 그 남자는 순간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혼잣말을 한 것이었는데 그 작은 소릴 듣고 그 여자가 대답을 한 것이었다.

그 여자는 걸음을 멈추고 그 남자에게 말을 한다.


그 여자 : 내가 왜 그 시간에 가는 줄 알아요?

그 남자 : 아니...

그 여자 : 그쪽 목소리 들으러 가는 거예요.


순간 그 남자는 얼음처럼 자신의 심장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라톤 선수가 완주를 하고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트랙에 주저앉아 길게 혹은 짧게 호흡을 하며 가슴을 진정시키는 것과 같이 그 남자는 지금 그렇게 하여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여자 : 여기까지면 됐어요. 조금만 가면 우리 집이에요. 고마워요.

그 남자 : 네... 아니 뭘 당연한 건데...

그 여자 : 당연한 거면 자주 그렇게 해 줘요.


그 여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그 남자는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남자에게 첫사랑이 찾아온 것일까? 그 남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한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오랫동안 기다린 사람이 상대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식의 아주 서정적인 가사를 가진 시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Phil Collins의 82년 곡인 One more night.이었습니다"

다시 밤이 찾아왔고 그 남자는 자신의 마음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는지 이 곡을 선곡하였다. 아마도 전날 밤에 너무 바보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에 화라도 난 것일까 그는 다음 곡으로 비트가 아주 강한 메탈을 선곡하였다.

"저녁 그리고 밤이라고 해서 늘 잔잔한 음악만 듣는 것도 식상할 때가 더러 있죠. 그래서 준비한 곡입니다."

그 남자의 손이 1번 턴테이블의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경쾌한 기타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메탈다운 음악을 선 보였던 그리고 헤비메탈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밴드라 할 수 있는 Judas Priest"

다시 음악 볼륨이 올라간다. 빠르게 전개되는 베이스 기타의 매력적인 소리와 일렉트릭 기타의 경쾌함이 다시 울려 버졌다.

"롭 헬포드의 악마를 닮은 듯한 그의 반항적인 목소리가 압권인 Judas Priest의  sad wings of destiny"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차분하고 조용함을 추구하던 그 남자의 시간에 이런 종류의 음악은 아주 가끔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마치 자신이 리치 포크너 가 된 것처럼 기타를 연주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고개를 좌 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이안 힐이 빙의가 된 것처럼 둔탁하면서도 묵직한 베이스 기타를 아래 위로 흔드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 순간 인터폰이 울린다.


그 남자 : 타이밍 죽이네 꼭 분위길 깬다니까... 네

철우 : 뭐 좋은 일 있나?

그 남자 : 아니 왜?

철우 : 이런 거 잘 안 틀잖아 좋은데 선곡

그 남자 : 이 말하려고 인터폰 들었수? 차암나 끊어


그 남자는 인터폰을 내려놓고 카운터를 째려보곤 다시 헤드폰을 끼고 몸을 흔든다.

너무 긴 곡이라 그 남자는 잠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때 그 남자의 옆 자리에 그 여자가 그 남자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남자는 눈이 마주치자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고 순간 뭔가에 들킨 사람처럼 놀라 고개를 숙이고 헤드폰을 벗었다.


"Judas Priest의 곡은 신이 나긴 하지만 너무 길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그들의 곡 중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으로 살며시 바꿔 드리려 합니다. before the dawn"


그렇게 그 남자는 잔잔한 노래로 다시 바꾸고는 그 여자를 바라본다.

그 여자 역시 그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여자의 메모지가 뮤직박스로 들어왔다.

어제는 고마웠어요.
자주 그렇게 데려다주면 좋겠어요.
이건 읽으면 안 돼요. 알죠.
그리고...
You Mean Everything To Me 부탁해요

그 남자는 뭔가를 이룬 것처럼 속으로 YES를 소리치며 주먹을 쥐었다.


"일생동안 함께할 사람을 찾던 그 사람이 따뜻한 사랑을 만났지만 이별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 동트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에 속삭였다고 합니다. 제발 그 사람을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Judas Priest의 Before the dawn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 여자를 다시 한번 보고는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겠지요. 그리고 그 누군가와 매일 바라볼 수 있다면 사랑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설렘이었을 것입니다. 사랑이 심장을 간지럽히는 그러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 것이겠죠.

이어지는 곡은 Neil sedaka 의 You Mean Everything To Me입니다."


You are the answer to my lonely prayer
You are an angel from above
I was so lonely till you came to me
With the wonder of your love

그렇게 그 여자가 신청한 곡이 흘러나왔다. 그 여자도 그 남자도 이 음악이 훗날 얼마나 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지를 모르고 그저 그 순간이 행복하였다. 그렇게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랑은 1일이었다.

Phil Collins - One more night
소프트락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으로 너무도 시적인 가사로 혹평을 받은 곡.
Judas Priest - Sad wings of destiny
트윈 리드기타라는 독특한 스타일로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는 메탈의 신이라 불리우는 그들의 1976년 곡
Judas Priest - Before the dawn
1978년 발표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로 과연 메탈의 신인 그들의 곡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잔잔한 곡이다.

https://youtu.be/zKVq-P3z5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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