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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30. 2017

음악이 흐르고...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6-

But what good does it do if I ain't got you, ain't got? Baby

(당신이 없다면 세상사 부질없어요.)


그 남자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차분하기만 하다. 왜일까?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온다.


"1967년 그들의 Bee Gees 1st에 수록된 곡이었습니다. 이 앨범에는 Holiday도 수록이 되어 있죠.

하지만 마치 제 마음 같은 느낌에 오늘은 이 곡을 선곡했습니다.

당신은 이것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어떤지 당신은 모르죠.라는 가사가 오늘따라 더욱 가슴에 스며드네요. 자 다음 곡 역시 음악실 선정곡인 Carpenters의 곡을 리바이벌 한 Anne Murray - I Just Fall In Love Again 나 또다시 사랑에 빠졌어요"


그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없다.

그리고 그 남자의 선곡 역시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전날 밤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집까지 바래다주고는 가게로 다시 들어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철우가 그를 부른다.


철우 : 창현아 커피 두 잔 주라.

그 남자 : 뭔 일인데요?

철우 : 너 우식이 알지?

그 남자 : 네

철우 : 그럼 우식이랑 지금 네가 바래다주고 온 애랑 결혼할 거란 것도 아나?


그 남자는 말이 없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던 그 남자에게는 왜 사랑이 찾아왔는데 그 남자는 이렇게 또 몰러 나야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철우 : 그래서 너 보고 바래다주라고 하는 거야 넌 여자 문제 일으키는 놈이 아니니까.

그 남자 : 알았어요.


그렇게 답을 한 그 남자는 알 수 없는 상실감 같은 것을 느끼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 사실을 왜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자 머릿속은 혼란의 극에 치달았고 그 남자는 급기야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곧 밝아올 아침을 위해 하늘은 마지막 몸부림을 지는 듯 푸르게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그 남자의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순간 정신을 차린 그 남자는 다시 오던 길로 돌아서 걸어갔고 그 남자의 왼쪽으로 아침해가 떠 오르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줘야 할까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신청합니다.
Randy Van Warmer - Just When I needed You Most
수고하세요


그 남자가 다른 음악다방에 앉아 음악을 신청한다.

이럴 때는 어떤 답을 줄까를 생각하며 귀를 기울이며 커피를 마신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줘야 할까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사연을 주셨네요.

음... 저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잡을 것 같아요. 사랑은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듣고 계시죠. 오늘 밤이 가기 전에 그 사람을 잡으세요. 주셨던 곡입니다. Randy Van Warmer - Just When I needed You Most "


그렇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금의 위안을 받은 것일까. 그 남자는 신청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결심을 하였다.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물론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랑이 시간과 비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잡기로 결심을 하였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물음이 그의 앞을 막고 섰고 그 남자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로 하였다.



Wherever you go Whatever you do
그대 어디로 가든 그대 무엇을 하든
I will be right here waiting for you
나는 바로 여기서 그대를 기다리리다
Whatever it takes Or how my heart breaks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마음이 찢어져도
I will be right here waiting for you
나는 바로 이 자리에서 그대를 기다리리다

그 남자는 지금 노래하는 Richard Marx처럼 아니 그의 마음과 같은 것으로 한 사람은 노래를 하고 그 남자는 듣고 있었다. 마치 신시아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부르는 그의 심정으로 그 남자는 듣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더욱 잔잔한 음악들로만 선곡이 되는 것 같네요. 방송을 하다 보면 그 날의 기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울한 날에는 우울한 노래가 많이 나가고 기분 좋은 날에는 경쾌한 노래가 많이 나가죠. 그래서 듣고 있는 사람들도 아 오늘 저 사람 우울하구나 하며 알게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오늘 조금 우울하네요"


그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시그널을 올려 방송이 끝났음을 알리고 뮤직박스에서 나온다.

순간 신청곡을 담는 작은 바구니에 잘 접어진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그것을 읽어 볼까 하다 다음 시간 담당자가 읽어 주겠지 하며 걸어 나왔다.

잠시 후 다음 시간 담당자가 인터폰으로 그 남자를 호출한다.


그 남자 : 왜?

종훈 : 이거 너에게 온 건데. 소라가 누구야?

그 남자 : 소라? 모르는데.

종훈 : 방송 끝나면 후문에서 기다린다는데. 인기 좋은 놈은 뭐가 달라도 달라.


종훈은 그 남자를 약간의 시샘 어린 눈빛으로 보며 말을 했다.

그 남자는 누굴까 하며 후문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작고 귀여운 여자 셋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를 본 세명의 여자 중 가장 작은 여자가 걸어온다.

그리고 수줍게 말을 한다.


소라 : 저 이거 드리려고 기다렸어요.

그 남자 : 이게 뭡니까?

소라 : 목걸이예요. 그리고 저 오빠 좋아해요.


그 남자는 뭔가에 한 대 맞은 듯 한 느낌이었다. 그를 좋아한다는 그 여자가 너무도 수줍게 그리고 그 남자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두 손으로 작은 쇼핑백을 건네주려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것을 받지 않고 그 여자에게 말을 한다.


그 남자 : 죄송한데 그건 받을 수 없습니다. 저를 좋아하신다고요?

소라 : 네. 몇 달 됐어요.

그 남자 : 지금의 저를 좋아하는 겁니까?


그 여자는 그제야 그 남자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이것이 무슨 말인가를 갸웃거리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간다.


소라 : 네 오빠를 좋아하는 거 맞아요.

그 남자 : 지금의 저를 좋아하면 분명 실망하실 겁니다.

소라 : 무슨? 혹시 애인 있어요?

그 남자 : 생길 거 같습니다. 그리고 뮤직박스 속의 저를 좋아하는 거잖아요.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지금의 저를 좋아한다는 것이지 모르겠습니다. 그 속에 앉아 있는 저는 지금의 저와는 많이 다르거든요. 그냥 계속해서 그 속에 있는 저를 좋아하세요. 선물은 받은 걸로 할게요.


그 남자가 돌아선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승용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그 남자의 등 뒤를 비춘다.

그렇게 그 남자는 다시 후문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만 있다. 그녀의 친구들이 곁에 와서 그녀를 부축하여 안아주고 그 여자는 친구의 품에서 그렇게 울고 있었다.

그 남자는 늘 그런 식이었다. 분명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로 된 통 속의 그를 좋아하는 것이기에 때론 그렇게 차갑게 무 자르듯 했다. 그리고 얼마 전이었다면 작고 귀여운 그 여자의 고백을 받아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 남자는 사랑이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 남자는 오전부터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그 하나의 고민을 혼자 또 끙끙거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그 여자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데도 그 남자는 즐겁지가 않았다. 이것을 그 여자에 물어봐야 할지 아님 그 여자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를 그 남자는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고 그 여자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은 여름이라고 하기엔 차가운 바람이 그 남자를 감싸고 있었다. 아마도 그 남자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닥쳐올 일에 대한 해답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Bee Gees - To Love Somebody
1967년 곡으로 팝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곡이다.
Holiday와 함께 너무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며 1993년 Michael Bolton이 불러 또다시 히트를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Michael Bolton의 곡으로 인식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Randy Van Warmer - Just When I needed You Most 
2004년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의 곡 중 단연 손으로 꼽으라면 1978년 데뷔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으로 가장 필요한 순간에 떠나버린 연인에 대한 곡으로 더욱더 사랑하고 그립다는 내용으로 여성분들이 더 사랑한 곡이기도 하다.

https://youtu.be/hBvUrchek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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