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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30. 2017

사랑하는 이여 나 죽으면

나 죽거들랑 옷 한 벌 넣어주구려
사랑하는 이 당신 향을 잊지 않게
대신 다시 날 찾아오면 
꽃은 가져오지 말아주련
그 꽃향기에 당신 향이 지워질까 두려우니
눈물이 나려 할 것 같으니 
 
사랑하는 이여 나 죽으면
싸늘한 산기슭엔 묻지 말아주시게
그대 날 찾을 때 힘들어하는 모습 싫으니
이젠 손을 잡지 말아야겠구려
그 따뜻함에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할 것 같으니
그대 주위를 자꾸만 맴돌고 있을 것 같으니
 
나 죽거들랑 울지는 마시오
그저 힘겨운 한숨 한 번이면 족하 다오
무덤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구려
종종 찾아와 눈물 흘릴걸 생각하면
그럴 때마다 소주로 목욕할걸 생각하면
내가 그냥 누워있지를 못할 것 같으니 



생과 사는 하나인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둘로 나누었다. 생은 살아 숨 쉬는 세상에 사는 것으로 단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 역시 숨 쉬는 공간에서 다음을 기다리는 것이니 어쩌면 둘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갈라놓은 것일 것이다.

현제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이어진 그 끈을 잡고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것은 현생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미련을 버린다면 편안해지는 것일까?

그것은 오직 신 만이 아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으니...


가장 아픈 날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날일 것이다.

그 날이 오면 결코 울지 않을 것이다. 내 눈물이 그 사람에게도 눈물일 것이니. 아니 떠나고 난 후에도 그 사람은 충분히 울어줄 것이기에 이 순간만은 웃으며 맞이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울지 않을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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