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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an 30. 2017

지워진 것을 간직하고

기억은 먼 길을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지워졌다해서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기억하려 애쓰지 말고

슬퍼져도 슬퍼하지 말고

사라진 길이어도

가로등 하나 찾아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간직하고 산다면

돌아오는 길이 보일 것이다.

그 길에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기다릴 것이다.


만날 사람은 헤어지지 않고
인연은 언젠가 꼭 만나리니


깨어난 지 삼일째 되는 날에 이른 아침 산책을 한다.

언제부터 이 길에서 산책을 한 것인지 모른다. 이 길은 아픈 길임에 틀림이 없다.

내일은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다.

지워진 내 기억의 일부 속에 살았던 모든 것이 이 길과도 연결이 되어 있었기에 나를 슬프게, 아리게 만드는 것이니

이제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싶다.

너무도 소중한 기억이라면 다시 떠 오를 것이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마냥 바보처럼 그 기억을 찾으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포기?

그렇지 않다.

그냥 그대로 둘 뿐이다.

기억은 언제나 다시 돌아오는 길이기에 그 길에 두고 내가 돌아서 오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너무 늦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 길에 도착했을 때 그 기억들이 나를 반기면 좋겠다.

내일은 어떤 길로 산책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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