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9-
"Roy Orbison - Pretty Woman까지 준비를 해 드렸습니다. 음... 1964년 곡이지만 지금 들어도 시대에 밀린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경쾌함이 있어 좋은 곡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곡은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Engelbert Humperdinck 의 Release Me, 나를 놓아주세요..."
그 남자가 좋아하는 곡이다. 방송이라는 것이 매일 같은 곡을 선곡할 수도 없고, 또 앞 시간에 나온 것을 다시 선곡할 수 없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에 선곡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그 남자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방송은 최신가요가 아닌 흘러간 팝 위주의 방송이니 앞 시간과 중복이 되는 경우가 없다. 그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 그 남자의 방송에 가요를 신청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만약 신청곡으로 가요가 들어오면 그 남자는 시간의 후미에 그 곡을 선곡을 해 둔다. 자신의 방송에 최선을 다하기 위함과 신청곡에 대한 예의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양해를 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제 밤이면 바람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아저씨도 느끼시나요?
가을이 오면 뭘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올 가을에는 옆구리 시리지 않게
누군가 핸드백처럼 착 감겨서 다닐 수 있는 남자 친구가 생기겠죠.
그렇게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신청곡은 Alice cooper의 you and me
부탁드려요.
"alice cooper는 중세 마녀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분장도 아주 독특하였죠. 마치 마녀의 눈을 그대로 그린 듯 한 그의 분장과는 또 다르게 너무도 사랑스러운 노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신 곡 Alice cooper의 1977년 발표곡인 you and me 지금 나갑니다."
잔잔함이 묻어 있는 곡이 흘러나오고 다시 볼륨이 줄어들면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당신으로 날 감싸고 싶어요. 너무 사랑스러운 가사가 아닐까요. 올 가을에는 꼭 남자 친구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나의 하루를 완성시켜줄 천국으로 당신을 데려가고 싶어요"
아마도 그의 마음과 같은 가사라 그 역시 이 곡을 선곡하지 않았을까. 그 남자는 그렇게 맨트가 끝나자 곁에 앉아 있는 그 여자를 향해 돌아 앉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미소를 보이며 엄지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잔디 위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이 불빛을 비추고 다시 어두워지며 만들어 내는 실루엣이 너무 아름다운 밤이다. 그 남자는 그 여자와 나란히 앉아 그 여자의 무릎 위에 자신의 얇은 점퍼를 벗어 덮어 주었고 그 여자는 말없이 그 남자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그 남자 : 오늘은 조금 추운 것 같다.
그 여자 : 난 안 추운데 이렇게 붙어 있으니까.
그 남자 :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그 여자의 샴푸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순간 가슴이 마구 뛰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것을 들킬까 봐 살짝 밀어내며 말을 한다.
그 남자 : 그렇게 있으면 목 아파. 안 아파? 좀 아프지?
그 남자는 갑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고 있음을 알고 속으로 " 아이고 바보야 이건 또 뭔 대사냐 사춘기도 아니고" 라며 그 여자를 바라본다.
그 여자 : 아니 난 편하고 좋은데. 너 심장소리 들으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난 좋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어깨에 다시 기댄다. 그 남자는 좀 전 보다 더 빠르게 뛰는 심장이 갑자기 얄밉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름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한다.
그 여자 : 어 이상해.
그 남자 : 뭐. 뭐가
그 여자 : 너 심장이 쿵쿵쿵 뭔가 부서지는 소리 같이 크게 들려.
그 남자 : 별소릴 다 하네 내가 뭐 어린애냐 심장이 쿵쿵거리게.
그렇게 말을 하며 그 남자가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뭔가 들킨 듯한 느낌에 그 남자는 그렇게 일어선 것이었다.
그런 그 남자가 재미있다는 듯이 그 여자도 일어나 그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가며 말을 한다.
그 여자 : 딱 그대로 서 있어
그 남자 : 왜?
그 여자 : 봐 막 뛰잖아. 어 이상해 오늘.
그러며 그 여자가 웃었고 그 남자는 그 순간 그 여자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순간 얼음처럼 굳어 버린 두 사람은 묘한 느낌에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에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한 동안 있었다.
처음이었다. 두 사람의 첫 키스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이 예쁘게 포장해주고 두 사람은 그런 모든 풍경이 사라지고 그 순간 하얀 종이처럼 순백의 공간에 단 둘만이 남겨진 듯 한 느기에 빠져 있었다.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서 떨어지자 그 여자는 한 동안 침묵을 한다.
그 남자 : 미안.
그 여자 : 뭐가?
그 남자 : 그냥
또 한 동안 침묵이 흘렀고 그 남자는 그 자리에 앉았다. 그 옂 역시 그 남자를 따라 그의 곁에 앉아 그의 어깨에 기대며 그 남자를 지긋하게 바라본다.
그 남자 : 기분이 묘해. 그리고 가슴이 아까 보다 더 뛰는 것 같아.
그 여자 : 너 때문에 나도 뛰잖아.
두 사람은 그렇게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그 여자였다.
그 여자 : 정말 종소리 같은 게 들리네.
그 남자 : 종소리?
그 여자 : 응 여자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어. 첫 키스를 하면 귀에 종소리가 들린다고. 그런데 그거 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비슷한 게 들렸어. 넌?
그 남자 : 난 Elvis Presley 가 Can't Help Falling In Love을 불러 주는 것 같았어. 아니 이게 영하였다면 난 분명 그 순간 이 곡을 넣었을 거야. 너무 감미로웠거든.
그 여자 : 잘났어 정말.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봄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시간도 멈춘 것 같은 그 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아름다운 그 순간이 그렇게 길게 혹은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처럼 지나갔다. 첫 키스는 그런 것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기 여운은 평생을 가는 그런 것이었다. 그 여자는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그 남자의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걷는다. 그것은 부끄러워 그 남자를 바로 볼 수 없어서였다. 혹은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은 것 인지도 모른다.
어둠은 두 사람을 그렇게 익숙한 길로 다시 인도하고 있었다.
하늘의 별이 모두 지상으로 내려앉은 듯 도심의 불빛이 강물에 내려앉은 시간에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Roy Orbison - Pretty Woman
1964년 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귀여운 여인으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은 곡.
영화 속의 줄리아 로버츠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나온다. 하나 한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그 앞에 앉은
리차더 기어의 사랑스러운 눈빛은 잊지 못하는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Engelbert Humperdinck - Release Me
1967년 곡으로 너무도 매력적인 보이스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며 일명 올 타임 리퀘스트 송으로도 유명한 곡이다.
Alice cooper - you and me
너무도 감미로운 곡으로 80년대 후반까지 여성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다.
그의 곡 중 락발라드로 가장 조용한 분위기의 곡.
Elvis Presley - Can't Help Falling In Love
1961년 곡으로 싱글차트 1위를 한 곡이다. 이후 블루 하와이라는 영화의 주제곡으로도 사용되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어디선가 들은 듯한 멜로디가 나오는데 그 이유가 Plaisir d'Amour (사랑의 기쁨)에서 모티브를 얻어 왔기 때문이다. Plaisir d'Amour는 프랑스 곡으로 Jean-Paul Martini라는 작곡가가 Jean-Pierre Claris de Florian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인데 지금도 많이 듣고 있는 명곡 중 하나다. 특히 이 곡은 Hubert Prati 등의 피아노 편곡으로 연주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