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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Feb 14. 2017

Saddest Thing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11-

어느 듯 가을비가 내리고 버스 정류장에도 접은 우산들이 서로의 몸을 비비며 사람들 사이에 서 있다.

도로를 튀기며 지나가는 버스들이 얄미울 정도로 빗방울보다 많이 인도 가장자리를 적시면 놀란 계집애들처럼 사람들은 몸을 뒤로 빼기 바쁘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그 남자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멀리서 혜영이 걸어오는 것이 보이고 혜영은 그 남자를 보고 손을 들어 흔들지만 그 남자는 무심하게 지하로 걸어 내려가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본 혜영은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혜영 : 야!


지하로 내려온 혜영은 다짜고짜 그 남자에게 다가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남자의 그런 반응이 기분 나빴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누나인데 동생이 모른 척했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그 남자는 모른 척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웃으며 혜영을 바라본다.


혜영 : 너 나 보고도 모른 척하고 내려간 거지?


그 남자는 미소를 보일 뿐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거짓말을 하기 싫으면 혹은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할 때면 이렇게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그 남자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혜영 : 왜 임자 있으니 껄떡거리지 마라 이거야! 야 나도 더러워서 너 안 건드려. 그래도 최소한 친한 사람끼리 인사 정도는 하며 살아야지 안 그래.

그 남자 : 보고 미소 지으면 그게 인사지 내가 여자도 아니고 호들갑을 떨며 안 아라도 줄까?

혜영 : 그야 그러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그 남자 : 봐 그러니 내가 그러는 거야. 누나 부담스러울까 봐.

혜영 : 지랄을 하세요 지랄을. 다음부터는 내가 손 흔들면 너도 흔들어. 그렇게만 해 달려들진 말고.

그 남자 : 그래 그럼.


그렇게 두 사람이 옥신각신 하는 것을 보고 있던 종구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종구는 오래전부터 혜영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영이 유독 종구에게만은 차갑게 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종구는 그녀의 곁에 가까이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앙리꼬 마샤스의 평생 철학을 시적인 노랫말로 옮긴 곡 Le Fusil Rouille 녹슨 총이었습니다."

저는 태양이 바다를 불태우는 것을 보았어요.
화산이 땅을 갈라지게 하는 것도요.
사막에서 사라진 거대한 묘지와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내는 것도 보았어요.
저는 별들이 하늘을 성당으로 바꾸는 밤들을 겪었어요.
세월이 흐름에 따라 피해를 면한 무너진 돌담에서
저는 자주 간청을 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녹슨 총중에서

종구의 목소리가 들리자 혜영은 고개를 돌려 살짝 웃어 보이고는 고개를 돌렸다.


혜영 : 종구 오빠는 화장 좀 안 하면 안 돼? 저게 뭐야 귀신 분장한 것처럼 재수 없어.


그렇게 말을 하고는 커피 한 잔을 들고 구석진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그 남자를 불러서 함께 앉았다. 아마도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것이 보일 정도로 그 남자와 많이 웃고 떠들며 앉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종구는 좋은 기분은 아니었고 그것을 느낀 그 남자는 자꾸만 뮤직박스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남자 : 종구형 어때?

혜영 : 뭐가? 내가 말했잖아. 재수 없다고. 

그 남자 : 화장하는 게?

혜영 : 그것도 그렇고 느끼하잖아. 담백하지가 않아. 그래서 재수 없어.

그 남자 : 담백한 게 어떤 건데?

혜영 :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방송을 하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 그게 담백한 거지.

그 남자 : 종구형 화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여드름 자국이 너무 많아서 그거 숨기려고 하는 거야. 그리고 그거 하려면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데 노력이 가 상치. 자기 관리를 위한.


혜영이 그 남자의 말을 자른다. 그리고 그 남자를 흘겨본다.


혜영 : 너 지금 날 저 인간하고 엮으려고 그러는 거야.

그 남자 :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혜영 : 그런 거 아님 재수 없는 말 하지 마.

그 남자 : 알았어.


잠시 침묵이 흐르고 뮤직박스에서 종구가 나왔다. 종구는 천천히 걸어서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와 그 남자 옆에 앉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혜영을 바라본다. 그 남자는 종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구 : 혜영이 오늘은 더 이뻐 보이네.

혜영 : 오빠는 화장이 뜨지 않고 잘 먹었네 오늘 비도 오는데. 비결이 뭐야?

종구 : 그냥 하던 데로 한 건데.

혜영 : 여자에게서 이런 말 들으면 좋아?

종구 : 무슨... 어떤 말?

혜영 : 이건 여자들끼리 하는 대화야 알아.


그렇게 말을 한 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갔다. 

종구는 단지 자신의 여드름 자국을 커버하기 위해 화장을 한 것이었지만 마치 Boy George의 여성처럼 짙은 화장을 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다른 식구들이 볼 때에도 종구의 화장은 아이라인이나 볼 터치 혹은 립스틱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두꺼운 메이컵베이스는 보는 이들에게 호감은 아니었다. 혜영의 말처럼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분장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종구 자신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방응이 온 다곤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몇 번의 충고를 해 주었지만 종구는 늘 한결같이 그렇게 하고 다녔으미 그 남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촉촉한 가을비가 종일 세상을 적시고 이별을 한 사람들의 마음에는 눈물 비로,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들에게는 사랑비로 내리는 날입니다. 종일 비에 관련된 곡들이 방송을 많이 탔는데 Let's go train music에서는 비에 대한 노래는 잠시 접도록 하죠. 대신 아름다운 곡 들로만 준비를 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첫 번째 곡은 깊은 밤 혹은 이런 날에 많이들 청해 듣는 곡 중에 하나인 Melanie Safka의 Saddest Thing을 준비했습니다. 편안한 밤으로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네요."


그 남자의 첫 곡이 그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잔잔하게 흘러 가오고 있었고 그 곁에는 늘 그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 여자와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찾아왔지만 그 남자는 함께 영화를 보지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못 한 아주 평범한 데이트 한 번 못 한 것이 아쉽기만 하였다. 이런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먼 훗날 그 남자는 알게 된다. 왜 그때는 그렇게 못 했을까 라는 후회 역시 먼 훗날 하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 남자의 30대는 무수히 많은 여행을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에 그 남자의 곁에 늘 그 여자가 있다는 것 만으로 혹은 그 여자의 곁에 그 남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둘은 행복하였기에 그 평범함이 필요치 안았는지도 모른다. 음악이 흐르고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들리지 않지만 서로의 입 모양으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또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누군가는 붕어도 아니고 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지만 그 둘은 그것 역시 행복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그 노래에 대한 답을 노래로 부르기도 한 곡들이 많이 있죠. 가장 유명한 곡이 Neil Sedaka의 Oh Carol과 Carol King의 Oh Neil 이겠죠. 오늘 이 시간에는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은 곡들을 준비해 볼까 합니다. 조금은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아 이 노래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먼저 David Bowie의 Space Oddity 듣고 이야기 이어가죠"


그 남자는 손짓을 하며 그 여자를 부른다.


그 여자 : 왜?

그 남자 : 그냥 보고 싶어서.

그 여자 : 옆에서 보고 있는데 뭔 수작이야?

그 남자 : 유리를 사이에 두고 보는 거 말고 너 향기와 함께 볼 수 있는 거 그게 좋아서

그 여자 : 오늘 이상하시네 뭐 죄지은 것 있어?

그 남자 : 죄는.. 가서 앉아 에이


그 남자는 돌아 앉아서 다음 곡을 준비하고 그 여자는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그 남자를 보며 웃고 있었다. 간간히 두 손을 합장 하듯하며 비는 시늉을 내기도 하고 혀를 내밀기도 하며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런 그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 여자는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그래도 이쁘지"라고 하였고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Space Oddity 였습니다. 이 곡에 대한 화답가로는 Peter Schilling의 Major Tom이라는 곡이 있는데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까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주 잘 알려진 곡을 준비해 볼까요. Esther Phillips의 When A Woman Loves A Man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이거 제목이 잘 못된 거 아니냐는 말을 할 수 도 있겠죠. 그래요 이 곡은 Percy Sledge의  When A Man Loves A Woman의 화답가로 알려진 곡입니다."


아마도 이 곡은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무언의 고백과도 같은 곡이라 여기며 준비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모르고 있었다. 이 곡이 끝나고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릴 때 즈음 아마 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그 남자는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가끔 이렇게 팝송을 통해 그 여자에게 고백을 하기도 할니 참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많은 디제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봤다. 이제 이 곳에서의 방송도 며칠 남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니 아쉽고 둘만의 추억이 많은 곳인데 라는 생각과 함께 그 남자의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선배의 부탁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선배 역시 철우의 친구이기에 가눙한 것이었다. 몇몇 친구들과 후배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루자는 말에 동의를 한 것이었다. 경력이 없는 디제이는 페이가 터무니없이 약했기 때문에 그것을 조절해서 함께 갈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복안으로 팀으로 움직이자는 선배의 말에 동의를 한 것이다. 아직 이런 사실을 그 여자에게 말을 하지 못한 그 남자는 타이밍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말을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곳에서 시작하는 그 시간들은 또 어떻게 다가올지에 대한 불안감 역시 그 남자의 몫이었다.


Enrico Macias - Le Fusil Rouille(녹슨 총)
프랑스 최고의 샹송 가수 '앙리꼬 마샤스'의 1980년 발표된 곡으로 평화를 바라는 앙리꼬 마샤스의 평생 철학을 시적인 노랫말로 옮긴 곡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

Melanie Safka - Saddest Thing
호소력 짙은 음색과 연극으로 길러진 가창력으로 당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68 데뷔 앨범 Born To Be는 특히 더 그랬다. 
What Have They Done To My Song Ma, Ruby Tuesday와 같은 곡들 역시 좋은 곡들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녀를 떠 올리면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1973년에 발표해 꾸준한 사랑을 받는 Saddest Thing을 떠 올린다.

Percy Sledge -  When A Man Loves A Woman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이 노래 제목을 딴 영화도 나왔고, 영화나 광고에 워낙 많이 나오는 노래이기 때문에 귀에 익은 곡이다. 특히 1966년 그가 부른 이후 The Rose로 유명한 Bette Midler가 불러 히트를 하고 이후 Michael Bolton이 불러 더 유명해진 곡이다.

Esther Phillips - When A Woman Loves A Man
Double Crossing Blues라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R&B 대표 가수다.
그런 그녀가 가사를 바꿔 부른 곡으로도 유명한 곡이다. 재즈적이면서도 리듬엔 브루스에 가까운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좋은 곡이다.


https://youtu.be/B8eja2tB1G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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