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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12. 2017

Midnight Blue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12-

2학년 3반

그 남자는 그렇게 적힌 곳으로 들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지하실 특유의 냄새에 고개를 저으며 내려가 출입문을 밀고 들어간다.


연진 : 어이 걸걸이 왔어

그 남자 : 퀴퀴한 냄새 좀 안 나게 할 수 없어요. 이래 가지고 손님이나 오겠어요?

연진 : 난 모르겠는데. 무슨 냄새?

그 남자 : 아이고 홀아비가 홀아비 냄새 못 느낀다더니 그 짝이네.


연진은 그 남자를 아끼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물론 음악적인 면 보다 인간적인 면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남자 역시 그를 잘 따르는 편이다. 그리고 그의 부탁이라면 뭐든 다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연진 : 여기서 방송하면 안 되겠냐?

그 남자 : 그럼 내너부는요?

연진 : 철우에게 말해서 가능하면 두 곳을 모두 하든지 아님 널 빼 오든지 해야지.


연진은 단호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약간의 거리감이라도 있다면 그 남자도 두 곳을 모두 할 수 있지만 골목 하나를 두고 있는 거리이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연진은 달랐다. 이거 아님 저거 식의 말을 하고 있으니 난처한 쪽은 그 남자였다.


그 남자 : 그럼 시간을 좀 주든지 갑자기 이래라 그러면 네 그럴 줄 알았어요?

연진 : 내 부탁이니 들어주겠지. 하하하


"한밤중에 희미한 곳에서 바라 본 검은빛이 도는 청색을 이르는 말이 Midnight Blue라고 합니다.

7인조로 마치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창출해 내는 그들은 센시티브 하고 화려한 감각의 사운드와 

어떤 때는 장엄한 저음을 발산하기도 하는데 클래식과 팝이 가지는 장점들을 모두 모아 전혀 다른 형식의 음악을 하는 그룹 Electric Light Orchestra의 Midnight Blue 까지 전해드렸습니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고 몇몇 테이블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뮤직박스를 바라 보기도 하였다.

오늘따라 그 남자의 목소리가 더욱 무겁게 홀 안을 걸어 다니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적합했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 그런지 제 목소리에 힘이 조금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음악 선곡 역시 너무 차분한 곡으로만 선곡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싶네요. 다음 곡은 Electric Light Orchestra 하면 떠 오르는 그룹이 있죠 바로 Kansas가 아닐까요. 일명 심포니롹의 양대산맥이라고 하였으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Carry on wayward son을 좋아하지만 그들의 음악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곡이 Dust In The Wind이기에 이걸로 선곡을 했네요."


그 남자는 그렇게 음악을 선곡하고는 돌아 앉았다.

그 여자가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는 것에 토라진 듯하였다.

그 남자는 고개 숙여 한 동안 멈춘 듯이 그렇게 앉아만 있었다.

음악이 끝나는 것도 모르고 그 남자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인터폰이 울리자 그때야 그 남자는 음악이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음악이 지지직거리며 넘어갔잖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짜증 섞인 목소리에 그 남자는 카운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찡긋 윙크를 한다.


"sparks of the tempest까지 이어 드렸습니다.

인트로를 장식하는 기타 연주가 강렬하게 들리는 곡이었죠. 이어 드렸던 곡 까지 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남자의 마지막 방송은 끝이 났다.

그 남자는 눈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갔고 그 역시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의 집 앞까지 가고 있었다.

분명 오늘은 만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 남자는 그 자리에서 몇 개비의 담배를 피우고는 돌아서 왔다.

그리고 그 날이후 그에게 일어날 후폭풍과도 같은 일들을 모른 체 그는 걸어서 집까지 갔다.

1시간가량을 걸어서...



2학년 3반


익숙한 얼굴들이 그 남자를 반겨준다.

첫 출근하는 날에 병원 앞에 피켓을 들고 있던 어느 어머니의 젖은 눈을 보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 너 무슨 형이야 너는 하며 묻고 있던 철우 형이 그 남자의 점퍼를 입혀서 헌혈을 보낸 것이 그 남자와의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되어버린 종훈이가 있었고, 내너부에서 함께 있었던 종구도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몇몇의 동생들과 함께 그 남자를 반겨준다.

그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뮤직박스로 들어가서는 기계를 점검하고 LP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빠른 손놀림으로 한 장 한 장을 넘기고 있었다.


연진 : 하루 두 번 오후 3시, 저녁 6시 두 타임이야

그 남자 : 두 번씩이나?

연진 : 그래

그 남자 : 여기 사장 돈 많아? 두 타임이라니...


그 남자의 말 끝이 흐려질 때 연진이 말을 이어간다.


연진 : 많이는 못줘 그리 알아.

그 남자 : 내가 돈 밝히는 사람 이유 그렇다는 말이지.

연진 : 아니까 이런 말도 자연스럽게 하는 거야.

그 남자 : 잘하면 안 준다는 말도 하겠네

연진 : 하하하 그럴 일은 없어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을 하나 만들어 봐. 새로 생긴 곳이라 손님이 시원찮아. 그러니 실력 있는 애들로 모으긴 했는데

그 남자 : 우선 가게 앞에 스피커를 내놔요. 지나다니다 방송 듣고 들어오게. 그리고 공개방송도 하고.

연진 : 공개방송?

그 남자 : 방송에서 하는 공개방송과는 다르게 뭔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재미있게

연진 : 그럼 그 프로그램은 네가 짜 봐

그 남자 : 알았어요. 일단 법원 앞에 좀 갔다 와서 이야기해요

연진 : 그 애 만나러 가는 거구나


연진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 달려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로 달려갔고 아주 잠깐이지만 웃는 그 여자를 보고 왔다.

봄 햇살 같이 맑은 그 여자의 웃는 모습은 오월 햇살 같아 좋았다.

늘 그렇게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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