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14-
ZZ TOP - Blue Jean Blues
1975년 발표된 이곡은 클래식 록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곡입니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 혹은 진부함을 가진 클래식을 음미하는 듯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곡이죠
그리고 노랫말 역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난 내 사랑에 뛰어들었어 마침내 내 오래된 블루진을 찾았어"
사랑에 빠진 것을 내 몸에 딱 맡는 오래된 청바지에 비유를 한 것이 너무도 멋있지 않습니까.
자 이어드렸던 ZZ TOP - Blue Jean Blues 였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타고 흐르는 음악과 그 남자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지나는 차에서도, 길을 걷던 사람들에게도 잠깐의 여유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음악에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듯 하나 둘 음악에 이끌려 그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넓은 유리 건너로 보이는 손님들이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남자의 심적인 흔들림 아니 전날 그 여자의 애원 같은 그 말들이 여전히 귀에 맴돌고 있어서가 아닐까.
Everly Brothers - Cathy's Clown가 흐른다.
컨트리 혹은 로큰롤이라고도 하는 이 곡이 흐르고 등을 보이며 돌아 앉은 그 남자의 두 어깨가 약간은 슬퍼 보였다.
"오빠 음악이 오늘은 좀 처지네요"
고개만 돌릴 뿐 말없이 다음 곡을 선곡하는 그 남자에게 J 다시 무엇인가를 말하려다 음악실 문을 닫고 그 앞을 지나갔다. 그 남자는 그런 모습조차도 안중에 없었기에 계속 LP판을 만지고만 있었다.
연진 : 우리 다른 도시로 갈 거다.
그 남자 : 무슨 말입니까?
연진 : 여기 사장이 좀 힘든가 봐. 그래서 지금 있는 녀석들과 S시로 옮길 거야.
그 남자 : 모두요?
연진 : 그래.
그 남자 : 그런 말 없었잖아요.
연진 : 넌 인마 누구에게 빠져서 언제 이야기할 틈이라도 줬냐?
그 남자 : 그렇지만...
그 남자는 친구, 후배들이 모두 떠난다는 말에 순간 당황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어찌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머릿속엔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 남자에게는 군대 영장도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더욱 묘한 감정에 빠지고 있었다.
연진 : 그래 넌 어쩔 건데?
그 남자 : 저....
말을 잊지 못하는 그 남자를 연진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연진이 바라는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 그에 맞는 답이 나오길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 남자 : 언제 떠나는데요?
연진 : 열흘 뒤
그 남자 : 집에다 이야기도 해야 하고 또...
그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진이 그 남자의 말을 잘랐다.
연진 : 집에다가는 도착해서 말하고 그 여자에게는 내가 말할게.
그 남자 : 그래도 제가 말하는 게...
이번에도 연진이 말을 잘랐다.
연진 : 내가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이 오빠 말이라면 거짓도 참으로 알아듣잖아.
그 남자는 속으로 말했다.
"뭘 다 믿어 믿긴 제일 싫어하는구먼."
그 남자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 여자에게도 걸었다.
어둠은 이미 강물을 삼켜버렸고 가로등 불빛이 주인이 되어 강물을 따라 걷고 있었고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그 곁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그 여자에게 해야 하는데 틈이 없다.
가뜩이나 그곳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젠 그 무리들과 S시로 떠난다는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그 여자 : 무슨 고민 있어?
그 남자 : 고민은 무슨...
그 여자 : 아까부터 할 말 있는 사람처럼 눈치만 보고 있으면서 뭘.
그 남자 :....
그 여자 : 봐 아니라는 말은 안 하잖아.
그 남자 : 사실은...
그 여자 : 뭐?
그 남자 : 있잖아...
그 여자 : 그래 뭐
그 남자 : 2학년 3반 팀이
그 여자 : 팀이 뭐 다 찢어지재?
그 남자 : 그게 아니고
그 여자 : 그럼 뭐?
그 남자 : 모두 그러니까 한 팀이 돼서 S시로 떠난다고 나도 합류하자는데
그 여자 : 싫어. 무슨 억만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고작 딴따라 하려고 떠돌이를 하시겠다. 절대 절대 안 돼.
그 여자는 정색을 하며 반대를 하였다.
그 남자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아니 설득을 시키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멀 없이 걷기만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 사람은 그 여자의 집 앞에 도착했고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둘은 아무런 말 없이 걷기만 했다는 것을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잘 자라는 인사만 하고 돌아서 걷는 그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던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그 여자는 직감이라도 한 것일까? 그 남자가 그렇게 떠날 것이란 것을.
그리고 그 후에 닥칠 일들을 이미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그 자리에서 한 참을 울고만 있었다.
그 남자는 그것도 모른 채 고민에 빠져 앞을 보지 않고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분명 그 남자는 자신이 없는 팀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을 시키며 긴 한숨만 쉴 뿐이었다.
오 그 장미들이 얼마나 진짜 같은지
하지만 그것들은 거짓일 뿐이죠
나에 대한 당신의 거짓 사랑처럼
Anita Bryant - Paper Roses 중에서
늦은 시간 길거리에서 들리는 Anita Bryant - Paper Roses가 돌아올 시간을 예견이라도 하는 것인지 그 남자 곁을 맴돌고 있었다. 먼 훗날 그 선택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 남자는 모르고 있었다. 만약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 그 남자는 그런 결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남자의 그 단순한 결정이 훗날 얼마나 큰 파장이 되어 돌아오는 지를 모랐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른다.
혹 그 여자가 이 노래를 듣고 내 맘과도 같다고 생각을 하며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그것을...
먼 훗날 그 남자가 이 노래를 들을 때엔 그 여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