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없이 날씨가 좋다.
여린 바람이 불어오고
구름이 변해가는데
날씨가 좋다.
구름이 바뀌어 흐리다.
속을 알았는지 흐리다.
비라도 내렸으면 하니
흐린 하늘이 주저앉아버렸다.
그저 내가 이 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영화 About Time 중에서
지워졌다면 지워진 대로 살라고 하신다. 언젠가 그것이 불쑥 여드름처럼 솟아 나 너를 아프게 할지라도 다행이라 여기며 살아라. 기억은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는 무형의 의미이니 그것에 모든 것을 걸지 말아라.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지워지는 기억도 얼마나 많은가.
그것들을 모두 가지고 살아간다면 너는 아파서 더 이상 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참 다행이다 라고 여기며 살아라.
너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아흔아홉 칸의 공간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 한 칸 비워졌다고 슬퍼하지 말고 나머지를 채워 나가길 바란다.
속단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야만 쉽게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하며 더 이상 어느 길에서 어느 장소에서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날이 참 좋다.
속도 없이 날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