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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Feb 16. 2017

매화 꽃비 내리면

하얀 꽃잎 떨어지면

향이 깊어 바람에 스며들고

외로울까

꽃잎 진 자리에

노란 꽃이 땅을 밟는다.

가지 하나 꺾을까

그리운 이에게 보낼까

내 편백함에

손을 거두었다.

야위어가는 추위로

봄이 살이 찐다.

그리움이 살이 쪄버렸다.


겨울이 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 꽃잎이 떨어졌고,

봄이 아장아장 걸어오는 것이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기만 한데

자꾸만 야위어가는 겨울을 만져 주고 싶어 진다.

그 사이로 스며드는 그리움도 매화향에 멈춰서 버렸고

낮은 자리에도 작은 봄 꽃이 피고 있음을 알려주려는 듯 꽃잎이 내려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봄은 그렇게 말없이 다가오고 말 많은 개집 아이처럼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고

그 이야기 귀 담아 들으려 바람도 솔솔 불어오고 있으니 나 역시 가벼운 옷차림으로

그들을 마중 나가야 할까 보다.


사계 중 가장 행복함을 많이 주는 것이 봄이 아닐까.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고 훈풍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봄이면 그리움도 잠시 쉬어가려 하니

얼마나 좋은가.

그래서 포근하다는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폭신폭신한 솜이불이 나를 감싸 안듯이 봄바람이 그렇게 폭신하게 나를 안아주는 봄이

햇살을 데워주고 살이 찌고 있다.

그런 봄이 좋다.

설령 그리움마저도 살이 찔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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