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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Feb 23. 2017

消滅(소멸)

그리움도 병이었다.

굳어버린 虛妄(허망)이

가장 눈부신 날에 찾아왔고,

동백꽃이 모든 것을 안고

지상으로 떨어지듯

끝까지 아름다운 소멸이고 싶다.


사랑도 병이었다.

단호한 소멸,

난해한 시간의 정지를 바라던

찬란하지 못 한 몸뚱이로

地錦(지금)을 빛내려 하였으니

나 역시 아름다운 소멸이기를...


 꽃을 바라보면 그 꽃이 지는 것을 보지 않으려 한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자신의 목을 내어주는 동백이 봄비에 地錦(지금)이 되었고,

봄까치꽃이 소멸되어버린 동백을 감싸 안았지만 그것은 결코 위로가 되지 못하였다.

봄비는 그렇게 위로가 아닌 잔인한 봄의 이중성을 가진 것이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아픔 역시 미소 속에 숨겨진 부드러운 봄비와 같은 잔인함이었다.

그로 인해 찬란하지 못하여도, 가장 아름답지 못한 시기일지라도 소멸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어느 집 마당에 매화 잎에 많이도 젖어 있다.

꽃비가 내려야 비로소 잎을 잉태할 수 있기에 그것이 자연의 참이구나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

하나가 소멸되어야 비로소 찬란한 시간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린 그 잔인함을 존경한다.

꽃이 기고 잎이 돋아나고 꽃자리에 열매가 열리기에 윤회하는 것과 같은 이치를 매번 보고 있기에 꽃의 소멸을

봄비가 부드러움으로 가장한 잔인함을 보여도, 바람이 따스하게 불어 가지를 희롱하듯 흔드는 것이 꽃이 소멸됨을 알리는 것인데도 우린 그 날리는 꽃 마저 도 아름답게 꽃비라고 부르기만 한다.

가장 찬란한 순간에 소멸되어 버리는 꽃의 아픔을 모른 체...

동백은 세번 피는 꽃이다.
처음 한 번은 가지위에서
다은 한 번은 땅위에서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사람의 가슴속에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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