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릿 눈에 모여 앉은 동네 아낙들처럼
창호지 막질처럼 그림자만 남았는데
길게 늘어트린 모양에 굴둑이 낮아진다.
모락모락 피어오른 연기는
훈풍을 그리워하는지 하늘거리는 것이
아지랑이를 닮아있고 피목이 촘촘한 것이
담장을 친 것 같아 좋다.
하나 둘 스며드는 눈 비늘이
노랗게 피어나려는 것을 보니
춘삼월이 다시 오려나 보다.
녹은 눈 사이로 흐르는 그리움이
꽃이삭이 조롱조롱해진다.
꽃말이 봄의 노래라고 하는 걸 보니 모여 있는 모습이 왜 인지 알 것 같다.
합창단이라도 된 양 그렇게 모여 있었구나 한다.
아래로 늘어진 것이 나른함 때문인지 아님 그리움에 지친 어깨인지 오르던 길을 잠시 멈추게 만들고
산 허리 즈음 지친 등산객들을 반겨 인사하려고 먼저 허리를 숙인 것인지 정겹게만 느껴진다.
"여기 봐요 개나리가 많아요"
라며 신나 하던 딸아이의 모습이 떠 오른다.
"이 꽃은 개나리가 아니고 히어리란다."
"아냐 개나리야"
"꽃잎이 몇 개인지 봐"
"여섯 개 아니 일곱 개 봐 개나리잖아"
"개나리는 꽃잎이 네 개잖아. 그러니 이건 히어리라는 꽃이란다"
딸아이와 옥신각신 하였던 예전 일이 떠 오른다.
이 꽃이 왜 그리움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 꽃이 딸아이를 떠 오르게 만들어서였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꽃은 저마다 그 생김이 다르고 그 향이 다르지만 어디에서 누구와를 담고 있어 좋다.
비록 향기가 없는 꽃일지라도.
프리지어를 보면 여전히 그 사람이 떠 오르는 것처럼.
매화가 예뻐 가지채 꺾어 3시간을 달려가기도 했었던 일.
선인장에 꽃이 피면 할머니가 떠 오르는 것처럼...
이 모든 꽃들이 그리움이었다.
봄은 그렇게 또 스며들고 그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