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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24. 2017

같은 하늘 아래 -30-

훅!...
뜻 모른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새벽 강가에 혼자인 내가
나 이외엔 아무도 없는
다만
물안개 속에서
고개 돌려 잠들어 있는 추억뿐
바람이 내는 신음소리뿐
조심스레 만져보는
수분 품어 안은 
무성하게 날 감싸려고만 할 뿐
온통 시린 눈물만 잡히는
그대 하늘에게
안개의 출렁임이 일고 있습니다.



새벽은 늘 아름답다.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의 전유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라도 하는 듯이 동쪽 하늘에도 붉은 노을이 물들고 있는 시간인 새벽은 아리도록 푸른빛으로 세상에 오다가 붉은 노을로 상기되어 해를 품는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까.

그리고 그 하늘이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얼마나 될까.

그렇게 새벽은 아름답지만 깊은 잠에 빠진 피곤한 삶이 그 화려함을 가려버리기에 우리는 모르고 살아간다.

가끔 새벽노을을 사진으로 보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노을이 참 아름답다 라는 말이다.

혹은 석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노을은 분명 동쪽 하늘에 걸려 있는데...

20년도 더 넘은 어느 날.

새벽 낚시를 위해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고 5시가 되기도 전에 저수지에 도착하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수면을 물들인 붉은 노을을 보며 한 동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았던 기억이 떠 오른다.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떠난 것인데 그곳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말았다.

그 붉은 노을에다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립다는 말을 빼곡하게 적어버렸던 것이다.

내일 아침에도 그때와 같은 새벽노을을 보며 그립다는 말을 빼곡하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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