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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Apr 13. 2017

같은 하늘 아래 -29-

푸념을 달고 다니던
어느 고개 앞길에서
터널을 지나듯 막막함이
작달막한 키로 서있고
허랑한 어깨
농부의 땀방울이
둔덕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저 어깨처럼
내 하늘은 어둑어둑
밤이 밀려올 무렵의
개밥바라기의 눈물 같은
그대 하늘을 바라만 봅니다.


지운다는 것은 지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눈 뜨고 있는 시간이 모두 그리움인데 그 그리움을 어찌 지우며 그 이름을 어찌 지울 수 있을까?

이미 각인되어버린 이름은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는 것인데...

얼마 전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하나가 가슴 시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단 한 마디가 더 아리게 만들었다.

"참 이상하지 어떻게 그 이름만은 안 잊히는지 모르겠다"

그 말을 하시고는 담배를 피우시며 밖으로 나가시는 뒷모습이 마치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가슴에 각인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기에 다른 쪽 문을 열고 나 역시 나가고 있었다.

살아가며 지울 수 없는 것을 지우려 한다면 그것은 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긴 시간이 흐른 후에 알게 된 것은 지우려 하지 말고 덮어두는 것라는 걸...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살라고...


봄꽃이 피어 바람에 날리고 길 가장자리에 쌓이면 겨울이 돌아온 것일까 한다.

마치 눈이라도 내린 듯 하얗게 소복하니 보기 좋으니 말이다.

진정 비단을 깔아 둔 것 같은 것이 봄 아니면 어찌 만날 수 있을까.

저 아름다운 것도  그 시절에도 존재하였지만 기억은 그 짧은 계절을 기억하기엔 역 부족이었다.

지금도 진양호 팔각정 앞에는 왕벚꽃이 한창일 것을 하며 그곳을 그리워한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의 하얀 벚꽃이 지고 나면 그곳엔 분홍 왕벚꽃이 비를 내리겠지.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밤에 핀 벚꽃이 향기로울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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