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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20. 2017

같은 하늘 아래 -31-

외로움이 소용돌이치는 곳에
금방이라도 빨려 들 것 같은
현기증의 아찔함이
목에서는 힘이 들어가고
올올이 일어서는 피톨들로
철조망이 처진 내 기억들을
반쯤은 부수고
바람에게 잎사귀를 빼앗긴
깡마른 나무처럼
싱싱한 생명의 파동을 잃어버렸습니다.


누군가의 웃음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그 소소한 행복을 잊고 살아간다.

내 아이가 처음 태어나던 날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알 수 없는 눈물이 그랬고,

목을 가누며 나를 바라볼 때의 진한 미소도 그랬고, 막 첫걸음을 걷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웃음도 그랬다.

이른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슴 가까운 곳에서 새근거리며 잠이든 그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었으니 이 모두가 얼마나 소소한 행복인가.

하지만 한 동안 그것들을 잊고 살았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기억은 소중한 것이 아닐까.

저기 보이는 저 하늘 아래에는 잊으려 발버둥 치던 아련한 시간이 그려지고 있다.

마치 저녁노을처럼 그 자리에서 피어나고 있다.

피었다 지는 꽃처럼 기억은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계절과 같은 것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날의 기억들이 오늘도 그 하늘에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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