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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n 27. 2017

같은 하늘 아래 -35-

空白(공백)
가뭇없이 다가서는 싸늘함이
토방을 딛고 서 있는
접어 두었던 공백
빈틈이 없고
그대 창에 그림자 어리면
四圍(사위)가 환해지고
밤은 돋을새김 되어 보이는데
膏雉(고치)는 숲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 고치는 살이 찐 꿩을 이름


길을 가다 나를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쇼윈도 안에 놓여 있는 투명한 병이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 병 속에는 종이학이 가득 들어 있었고 나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 시절에는 유행처럼 종이학을 접곤 하였는데 요즘 누가 저런 걸 만들어했는데 작은 소망이 가득 담긴 병을 보며 지나간 시간들을 들춰본다.


다소 어두운 커피숍의 구석진 자리에서 성냥으로 탑을 쌓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콧노래를 부르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도 혹은 저 병 속의 종이학을 접는 손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저런 걸 받으면 그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저런 선물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없으니 재미없는 세상으로 변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마트한 세상이 편리하긴 하여도 낭만은 없다.

누군가와 수다를 떨던 그 시절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요즘은 스마트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흘러간 옛것들을 그리워하기만 한다.

누군가에게 아니 저기 저 하늘 아래의 그 사람을 떠 올리며 종이학을 접어 볼까.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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