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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l 02. 2017

같은 하늘 아래 -36-

그대 잃은 하늘은
소 울음처럼 낮게 들리고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오물오물 되새김질하는
내 모습이
어쩌면 비쩍 마른 소 같다.
여물통의 짚단처럼
비칠거리며 추억을 씹는
짚단에 고개를 박는 소처럼
그대 잃은 하늘은
지금도 되새김질을 하고 있습니다.


비칠거리다 : 몸을 바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듯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자꾸 비틀거리다.

깊은 밤이면 라디오에 귀 기울이며 너무도 적막한 공기를 순환시키려는 듯 창문을 열어두고 청량함을 느끼며 편지를 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디제이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흐르는 음악처럼 들리는 시간에 등나무 꽃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렸다는 말을 시작으로 편지를 쓰고, 가을이 오면 마치 환청처럼 들리는 귀뚜라미의 카랑카랑한 울음을 편지지에 적어 안부를 물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길 모퉁이에 홀로 서 있는, 어쩌면 비스듬하게도 보이는 빨간 우체통엔 느린 이란 단어가 적혀있고 그곳에 편지를 넣으면 일 년 후에 배달된다는데 하며 미소를 지었다.

불을 끄고 누웠다.
그리움에도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밤
신용목 - 만약의 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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