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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l 23. 2017

같은 하늘 아래 - 49 -

독한 잎
~ 옹쳐매고
거꾸로 눈 흘깁니다
바람이 잠들 때
비로소 멈추는 춤사위
어금니 꼭 다물고 겨울을 눈 흘깁니다

시한부
마지막 몸부림
겨울을 잡고 싶은 것
저기 독한 잎 하나
멍하니 하늘만 바라 볼뿐
하늘은 아래만 바라 볼뿐


찬바람은 겨울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긴 이별의 시간이 마음속에 찬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모를 뿐이다.

눈이 내린다고 겨울일까?

함께이기에 행복하다면 그 눈 역시 하얀 솜처럼 따뜻하기에 결코 겨울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다.

도로의 가로수들이 앙상하더니 푸른 잎이 꿈틀거리고 이내 짙은 녹음으로 다시 빛을 잃어가는 퇴색의 계절과

닮아가는 모습으로 그러다 다시 앙상하게 떨고 있게 되듯이 행복도 역시 그러했다.

누군가를 가슴에 담으면 늘 봄일 줄 알고 있지만 그 사이에도 계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저 꽃이 피는 봄이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인 것이다.

등을 돌려야 하는 겨울이 있기도, 뜨거운 언쟁으로 인한 여름이 있기도, 풍성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주는 가을이 있기도 하다는 것을 먼 훗날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린 어떤 계절에 서 있는 것일까?

긴 이별로 봄을 그리워하는 겨울에 서 있는 것일까?

여전히 꽃이 만발하는 봄에 서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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