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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Jul 23. 2017

같은 하늘 아래 - 48 -

나무에게
바람에게
기도하듯 말합니다
나를 잊게 해달라고
너를 잊게 해달라고

구름으로 막고선 그늘이
무슨 빛인지 묻지 말고
보려 하지도 말며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돌아설 수 없는 시간에,
다시 꽃이 필수도
열매가 될 수도 없기에
크낙 한 몸짓으로

울어달라는 하늘에
나도 지쳐버렸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숨 쉬면서도 숨죽여야 하는...


고추나무에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하지만 무엇이 모자라는지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 삶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나를 가졌는데도 다른 하나를 탐하려는 욕심을 작은 고추나무가 알려주고 있다.

첫사랑에 실패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 아닐까.

내 가슴을 다 채워주었지만 어느 한 부분이 비어있는 듯한 느낌에 모두를 채우려 하다 가진 것을 잃고 마는...

스믈

그 나이엔 다들 그랬을 것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이 있어도 힐긋거리는 마음.

저기 작은 고추나무에 달린 고추보다 작은 꽃을 바라보는 마음처럼.

하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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