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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Dec 07. 2017

같은 하늘 아래 -78-

바람이 언제부터 불었는지 모릅니다.
그것은 뛰는 것이 아니며,

도망치는 것이었습니다.
네 마음속에 갈망함이 있을 때
바람은 진정으로 불어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갈망한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해가지고 달이 기우는 것처럼,
그것은 언제 나뭇잎이 변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내 아이가 언제 첫 이가 나서 자라는지
그것은 마치 내가 당신을 언제부터 사랑했는지 와 같습니다.
그렇게 모르는 것입니다.



바람 부는 날에 갈잎이 겨울을 만나러 떠나고

그 뒤를 바라보는 이는 추억마저 떠나나 하는 마음으로 바라만 본다.

바람만 불어도 그리움이 불어오고,

꽃이 피어도 그리움이 피어나던 그 옛적에 모습을 떠 올리면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의 변함없음을 배웠나 보다.

그 변함없음을 배우라고 우리에게 사랑을 주는지도 모른다.

보꽃이 땀에 젖고, 갈잎에 옷깃을 여미며 한해를 살아가는 자연에게서 내 가슴속 사랑이 영걸어 갔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올려본 하늘이 시리도록 파란 이유를 모르고 지나치듯이 사랑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이니까.

그립다 그립 다한다고 그리운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모르는 사이 그리운 것이니...

燕草如碧絲, 泰桑低綠枝(연초여벽사,진상저록지)
當君懷歸日, 是妾斷腸時(당군회귀일,시첩단장시)
春風不相識, 何事入羅 幃 (춘풍불상식,하사입라위)
연나라의 풀은 비단 같고,
진나라의 뽕나무는 푸른 가지를 드리웠는데

님이 돌아올 그 날 가슴에 그리며,
내 애간장 끊어지는구나.

봄바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나의 침실로 불어오는가?      

이백(李白)의 춘사(春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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