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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천군작가 May 13. 2021

같은 하늘 아래 -86-

나에게 와서는 돌아가는 저 바람에게

당신에게서 오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어디서라도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든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당신을 볼 수 없는 것이

숨 쉬는 것조차도 아픔일 줄

나 그때는 몰랐습니다.

잃어가는 기억을 부여 안고

내 가슴에 묻혀만 가는 당신을 볼 때면

같은 하늘 아래란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당신을 만나더라도

당신 나 알아보지 못한다 하여도

나에겐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당신을 사랑합니다.


봄이면 봄꽃을 쫒아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였는데 요즘은 그렇지를 못한다.

어느 해 어느 지하상가 입구에서 사들었던 프리지어 노란 향을 만날까 그곳을 지나쳐 볼까도 하였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쉬 움직이질 못했다.

어쩌면 용기가 아니라 그곳에 남겨진 추억 한송이가 시들어 버렸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그리하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간간히 산책길에 만나던 작은 들꽃의 시선으로 쪼그리고 앉아서 미소를 짓곤 하지만 이내 허리를 곶 추세 우고 만다.

이른 더위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고마운 것은 방심한 틈을 타고 들어온 계절에 당황해서가 아닐까.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두터운 옷을 입으며 가슴팍까지 치고 들어오는 계절에 당황하겠지만 그래도 그 계절들이 있어 잘 살았나 보다.

아주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지만 그 그리움 사이에 지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이젠 환하게 웃으며 피어있는 금계국의 오솔길을 닮은 시간이 날 잡고 있어 좋다.

매일매일에 사랑합니다를 되뇌며 전할 수 있어 좋다.

그만큼의 딱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서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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