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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Oct 08. 2020

누룽지 한 숟갈의 행복

아침 7시 30분  회사 사무실 도착. 5분 정도 늦을 때도 있지만 이 시간은 내가 출근을 즐기는 시간이다. 약 100여 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함께 쓰는 대형 통합 상무실인데, 이제 이 곳도 상당히 적응되었고 넓어서 느껴지는 개방감이 좋다. 6시 20 분경  다소 늦은 게으름을 즐기고 일어나 샤워하고 출근하여 도착까지 대략 한 시간 걸린다.

출근을 즐긴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출근 시간 자체가 부담 없이 편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간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차가 덜 밀려서 기분 좋고, 차 안에서 듣는 CBS 음악 FM의 아침 팝송이 좋다. 대형 빈 사무실에 제일 먼저 들어서는 것 또한 편하다. 더불어 출근하는 직원들을 반갑게 맞아 주는 아침 인사의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사무실 PC를 켜기 바쁘게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담백한 아침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아침 식단의 별미는 하루도 빠지지 않는 누룽지다. 진하고 구수한 쌀밥 국물 맛이 공복의 온몸을 사로잡는다. 부쩍 쌀쌀해진 요사이 그 따뜻함은 마음의 안식마저 준다. 누룽지 한 숟갈에 이런 행복이 있을 줄 어찌 알았을까?

감사하다. 이 아침 누룽지의 따스한 담백함을 수사 없이 즐길 수 있는 이 단조로움이 좋다. 이 소박한 한 끼 같은 아침의 소박함이 좋다. 이 단조로운 삶의 루틴 또한 좋다. 4분의 4박자 같은 단순한 규칙의 반복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그 편안함 속에서 창대한 변화를 꿈꾸는 지금이 좋다.

이제 곧 투입될 전투 같은 전장이 기다리고 있지만, 짧지만 자투리 틈새 시간을 벌어  잠시 절제된 식욕의 욕망을 즐기고 채워 주는 누룽지 한 숟갈에서 얻는 감사함이라면 이 또한 멋지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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