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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Oct 10. 2020

매운 아빠가 된 게을er

매운 아빠는 '매일 운동하는 아빠'의 줄임말로 둘째 따님이 붙여준 별명인데, 꽤 맘에 드는 별명이다.

게으름 대마왕, 게을er 등의 별명을 가진 내가 새벽 운동을 시작한 지는 어언 5년여 되어간다. 결혼 후 신혼 때  주말마다 처갓집에 갔는데, 항상 점심 무렵까지 늦잠을 자곤 했는데 당시 장모님 걱정이 매우 크셨다는 후일담을 들었을 만큼 나는 타고난 지독한 게을er 였다.

평생 지독한 게을er 가 새벽 5시 기상하는 모닝 러너가 되기까지는 작심삼일 허들에 걸리는 수 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 고달픈 과정을 묘사하느니 이  한마디로 대신하는 게 빠를 거 같다. 한 마디로 '죽을 각오'로 뛰었다. 그리고 5년 여가 되었다지만 아직도 2, 3개월씩 끊기는 현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불만족 사항이다.

하고픈 이야기는 운동 수준은 불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매일 운동하는 매운 아빠의 효과이다. 새벽 달리기에 이어 근력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3년 전 약 5개월간 헬스장에 등록하여 다니다가 다니지 못할 사정이 생겨 문틀 철봉을 구매하여 집에 설치하였다. 그런데 이게 뜻밖의 효과를 불러왔다. 당시 중1이던 막내가 틈틈이 철봉에 매달려 호기심을 보이더니 상당한 재미를 갖고 본격적으로 턱걸이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10 초 매달리기 조차 힘겨워하던 것을 3개월을 넘기면서부터 제법 다부진 체형을 찾아가고 10개를 넘기더니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무려 20개 가까이까지 하는 것이었다. 턱걸이의 파생 효과는  대단했다. 턱걸이의 자신감은 자기 효능감을 높여 주었다. 학교에서도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하게 턱걸이를 하게 되었고, 급기야 턱걸이 분야 전교 1등을 하게 되었고, 교우 관계도 개선되어 학교 생활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그 무섭다는 중2병은 커녕 체력이 향상되면서 의젓한 청년의 모습을 보이면서 마음씨도 넓어지게 되었고 엄마의 설거지까지 도와주는 횟수가 늘고 있다.

다음은 따님이다. 유난히 잠귀가 밝았던 따님은 아빠가 새벽 달리기 나갈 때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깨곤 하면서 그게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다. 제법 날씨가 풀린 늦봄쯤 본인도 헬스장 따라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등록 후 지속 기간은 짧았지만 그게 발화점이 되어 지금까지도 이런저런 종목으로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마지막은 사랑하는 아내의 변화다. 다양한 이유?로 그리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아내가 걷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였고 현재는 실내용 러닝 바이크를 구입하여 매일매일 한 시간 가까이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을 즐기고 있다. 갱년기 증상으로 걱정하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이젠 좋아하는 공부도 시작하였다. 내가 4년 기까이 운동을 지속하며 잔소리?를 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ㅋㅋ

결과적으로 게을러였던 나는 운동을 통해 별명처럼 매운 사람으로 바뀌어가고 있었고, 매운 효과는 가족들에게 전염되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의도는커녕 힘에 겨워 겨우겨우 꾸역꾸역 헤쳐온 나름 고난의 길이었다. 꾸준히 하다 보니 다행히 어쩌다 그리 된 것이다. 아마도 한 가족의 가장으로써의 모습이 전염력을 발생시킨 듯하다.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 무심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이제 그 횟수는 많이 줄어들었고, 나 스스로 잔소리는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아 아빠는, 가장은 묵묵히 실천으로 보여주면 되는구나. 다 보고 있었고 언젠가는 따라 하는구나!


그림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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