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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Oct 25. 2020

가을 그리고 커피

지리지리한 장마를 뚫고 기어코 다시 가을이 왔다. 한로를 거쳐 상강을 지난 가을은 완연한 가을속으로 깊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중년의 가을이 아까워 올해는 가을을  그리는 시를 지어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떠올린 가을 단어들이 예전의 상투적 가을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푸르른 날, 그리움, 단풍, 추억, 결실, 고독  등 나의 단어들은 하나 없고 주워들은 고착된 표현듵만 떠오른다. 가을은 이미 학습된 계절일까?

나의 가을은 조르주 무스타키의 나의 고독 (Ma Solitude)으로 깊이 학습되었다. 청소년기 그의 고독한 음성과 고독한 음악에 빠지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 나는 나만의 나를 위한 노래인양 가을의 시작은 무스타키의 Ma Solitude 를 듣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그것은 거룩한 가을을 맞이하는 나의 의식이었다.

계절의 구분은 어떻게 될까?  입춘이나 입추같은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도 있지만, 우리가 체감적으로 느끼는 계절의 시작은 제각각 다르다. 우리 부서 젊은 직원은 아직도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이 친구는 아직도 가을이 오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가을의 시작은 저마다 다양한 것이 틀림없다. 나의 경우는 여름 끝 무렵 서늘한 바람 한점에도 가을이 훅 들어오는 유형이다. 심하게 가을앓이를 하곤 했다. 나의 가을은 이유없이 고독 그 자체였다. 고독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제와 생각해보니 이게  다 무스타키 때문이다.

어제는 둘째의 학교입시 설명회가 있어서 시골에 소재한 학교에 방문하였다가 우연히 아담한 동네 커피숍에 들러 커피 한잔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리스타 분이 흰 머리와 흰 수염이 어울리는 시니어셨다. 그리고 나온 커피와 쟁반의 질감이 딱 가을의 고독이었다. 이 분이 필경 조르주 무스타키가 분명하리라.

갈색톤의 나무 쟁반과 아메리카의 블랙, 라떼의 흰 거품이 무스타키가 서빙한 한적한 시골 카페 풍경속에서 딱 떨어진다. 아 오늘 나의 가을이 완성되었구나!


이 풍경을 보고 새롭게 느낀 것은 가을은 커피톤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왜 여태까지 가을과 커피를 연상하지 못한 것일까?


이 가을 나의 작은 언어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하는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과 조르주 무스타키의 Ma Solitude 를 들으며 고독을 즐겨본다. 그렇게 나의 가을도 깊어진다. 돌아오는 차속에선 아내에게 애창하는 가을 노래도 멋지게 불러 주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이 헤메인 마음
보내 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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