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일상

by 성호

눈이 녹으면

찾을 수 있을지,


아직 보이지 않는 푸른빛 들판을

이 차가운 눈이 녹으면

볼 수 있을지,


이토록 차가운 눈 속

푸른빛이 존재할지,


눈을 녹이려

정처 없이 떠도는 걸음걸음이

점점 지치는 나날


눈을 녹이려

따스한 빛을 바라는 마음이

점점 희미해지는 나날




10대, 20대는 열심히 뛰고, 걸으면 어떤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큰 목표가 아니어도, 작은 목표에 도달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 종종 있었다.


20대가 흐릿해질 쯔음,


뛰고, 걷기를 반복해도 쳇바퀴 속에 갇힌 듯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었고,


앞자리가 '3'인 현재는 무언가에 호기심도, 관심도, 호감도 별로 느끼지 않게 된 듯하다.


세상 보는 눈이 아주 조금은 넓어지고, 철이 살짝 들 때,


푸른빛 희망으로 버텼던 마음은


점차 흑색에 스며들어 푸른빛이 사라져 버렸다.



10대는 말했다.

"빨리 20대가 되어서, 이 공부 압박감을 벗어나,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


20대는 말했다.

"30대가 되면 이 살벌한 취업 준비는 안 해도 되겠지. 차도 샀을 거야."


30대는 말했다.

"요즘은 40대부터 퇴사 압박 1순위라고 하더라, 10년 이상 공부해서 20년 일하기도 힘든 것 같구나"


40대는 말했다.

"30대면 한창이지, 내가 그 나이로 돌아가면 더 많은 도전을 하면서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살 거야. 그리고 매일이 들떠있을 거고, "


50대는 말했다.

"10년만 젊었어도, 석, 박사 학위 공부를 할 텐데 말이지."


60대는 말했다.

"10년만 젊었어도, 노후를 더 준비했을 텐데."


10대, 20대는 크진 않지만 나름 밝은 미래를 꿈꾸며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는 듯했고,


30대부터는 걱정과 고민이 더 많은 대화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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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너무도 그리워할 시기라는 것은 모른 채,


자신이 목적지를 정하고 걷고 달려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기분이 드는 초입이 30대인 것일까,


40대가 된 훗날의 나는


30대인 지금의 나를 너무나 그리워할 테지,


자신의 미래를 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의 자신 모습을 보면 된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나고,


식사를 하고,


씻고,


앞, 뒤, 양 옆에 꽉 찬 사람들 덕분에 강제로 서있는 듯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회사를 가고,


업무와 공부를 하고,


같은 길, 같은 밤하늘, 같은 발걸음으로


메시지 없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퇴근길,


횡단보도에 도달하자마자 바로 청색 신호등으로 바뀌면,


그 찰나가 나의 무표정한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날임을,


이런 일상을 쳇바퀴처럼 보낸다.


나도, 당신도,



아마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10년 20년 그 후에도


지금과 같은 권태감에 빠져 있진 않을지,


이 권태감은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삶인지 잘 알고 있기에,


다만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닌 것 같기에,


나는 십 수년간 찾고 있다.


이 끝 모를 캄캄한 동굴 속을 걸으며, 내가 설렐 희미한 푸른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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