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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Mar 05. 2020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의 근무 법


프리랜서로 일한 지도 이제 2년이 넘었다.

일욕심 부리며 많은 업무를 하기보다는 육아와 업무, 그리고 내 삶의 비율을  3.3:3.3:3.3으로 두고 최대한 균형 있게 일하고 있다.


그날그날에 따라 카페에 가기도 하고 혹은 집에서 업무를 한다. 공유 오피스를 얻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오가는 데에만 시간을 버릴 것 같았고 미팅이라도 있는 날에는 공유 오피스 출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공유 오피스는 택하지 않았다.


카페에 가는 경우에는 최대한 내가 오래 있을 경우에만 갔다. 적어도 3시간 이상. 왜냐하면 카페에 오가는 시간도 있기에 (도보 이동으로 10여분은 걸리는데 이마저도 나에게는 메일 하나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업무 시간이 길지 않을 경우 집에서 일하는 것을 택했다. 혹은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눈비가 많이 올 때에도.


집에서 근무하면 집중이 잘 안된다는 글을 종종 보고는 한다. 아마 나도 원룸에 살던 지난 자취 시절을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서재(점점 아이 놀이방으로 변해가고 있지만)도 있고 거실에서도 업무가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서 꽤 집중도 있게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티타임즈에 게시된 "재택근무의 기술"(바로가기)이라는 글을 읽었다. 보면서 도움도 얻고 또 내가 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하며 나름 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서 근무하는 몇 가지 나만의 방식을 정리해보려 한다. 특히 요즘 같은 때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회사에서 하던 루틴을 따르자 (회사 경험자의 경우)


회사에 도착하면 무엇부터 하나? 나는 보통 손부터 씻고... 커피를 한잔 타고, 전날 정리해둔 to do list를 확인하고. 일정 및 메일 확인을 한다. 그리고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시작한다.


이렇게 근 8년 동안 일을 해왔는데 나름 일을 시작하는데 좋은 아이스브레이커가 되어 주었다. 오프타임에서 온타임으로 서서히 스며들게 해 주는, 혹은 다리 같은 역할을 해주었는데 이런 루틴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똑같이 해주었다.


커피를 내리고, 해야 할 일들을 확인하고, 오늘 끝낼 작업 순서를 정리하며 재확인하고, 메일과 일정을 체크한다. 그리고 업무가 끝나면 내일 할 일들과 일정을 다시 한번 체크해둔다.


회사 경험이 있는 경우, 일을 한다라는 의식을 심어주었던 행동들이 있다면 그대로 따라보자. 어느새 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환기를 시켜줄 향을 피우기도 한다.



2. 옷을 갈아입자 


위의 루틴을 따르기 전, 사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옷 갈아입기다.

자던 옷을 그대로 입고 업무에 돌입하는 경우, 나도 모르게 나태해진다. 잠에서 덜 깨어난 듯 몽롱한 기분이기도 하고. 

회사 갈 때 당연하게도 외출복으로 갈아입듯이, 집에서 일을 하더라도 출근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옷을 갈아입자.



3. 나만의 루틴을 만들자


회사생활에서 하던 루틴을 따르거나 옷 갈아입는 것으로 업무의 시작을 스스로에게 알리는 것처럼,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중  권하고 싶은 방법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온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작년 나는 필사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 혼자 하는 것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카톡으로 공유하는 문구를 따라 썼다. 대부분 마케팅이나 스타트업 관련한 책이었기에 업무에 적용해 볼만한 요소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필사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프리랜서 인증 모임으로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사실 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했는데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 스스로 놀라고 있다. 인증을 했으니 딴짓하지 않고 바로 업무를 하게끔 한다.


업무 시작을 알리는 인증샷 (feat. 타임스탬프)


이런 프로젝트의 또 다른 장점은 온라인이지만 료와 함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단점으로 언급되기도 하는 것이 혼자 일하는 외로움인데, 이 부분이 해소가 많이 된다.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도 있고, 서로 으쌰하며 파이팅하는 분위기로 동료애(!)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런 온라인 모임은 카카오100 프로젝트나 여러 커뮤니티에서 찾을 수 있고 혹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통해 함께할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업무 루틴을 만들고, 서로 인증하고 파이팅해줄 동료를 찾는다면 잘 활용해보자.



4. 집안일은 미리 해두자 (혹은 아웃 소싱하자)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혹은 물 한잔 마시고 업무에 바로 돌입하기보다는 약간의 움직임을 더해주면 좋다. 나는 몸을 깨울 겸 청소를 한다. 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며 공간에 청량함을 더해주어 정신을 깨우기도 한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집에 있으면 청소하지 않은 부분들이 신경 쓰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나는 청소는 미리 해두는 편이다.


만약 집안일을 매우 귀찮아하거나 힘들다면, 청소는 외주를 주자. 그 사이 카페에 가서 집중 있게 일하고 돌아오면 도비가 다녀간 듯 아주 깨끗한 집이 나를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 아이가 부득이하게 집에 있게 된다면, 돌봄서비스를 이용하자. 내가 일하는 시간에는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5. 식사 시간과 퇴근 시간을 만들어 두자


집에서 일한다고 연속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끼니도 거르고 정신없이 일할 때가 있는데,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론 일이 너무 많을 때에는 하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만, 웬만하면 시간은 지키자. 


회사에서도 일하다 열두 시 되면은 점심을 먹으러 가고, 6시가 되면은 퇴근을 하거나 지금부터가 야근이라는 인식이라도 한다. 하지만 집에서 이런 시간들을 두지 않으면, 밤낮없이 일하게 되고 이는 나를 매우 지치게 한다. 


이는 업무 파트너와의 소통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보통 회사들은 열 두시면은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6시나 7시부터는 퇴근 시간이 된다. 하지만 내가 일하고 있다고 해서 이 시간에 전화를 하게 되면 '이 사람은 왜 점심시간에 전화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이럴 경우 매너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혹은 '아 이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일하니 언제든 연락을 해도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프리랜서라고 하면은 '주말 없이 일이 가능한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프리랜서도 엄연한 근무자이다. 법적 노동시간을 지켜가며 일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육아와 병행하는 경우(=나), 업무시간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서로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준다.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반드시 전한다. 


"미팅은 평일 10~4시 사이에 가능. 업무 및 전화/카톡 등 연락 시간 역시 10시~4시. 그 이후에는 육아하느라 전화받기 어려우니 카톡이나 메일 남겨주시면 확인하는 대로 바로 답장드리겠습니다."


이를 두고 왜 이리 일을 안 하냐 뭐라 하는 파트너나 회사는 없다. 그러니 부득이하게 자신이 일을 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면 미리 파트너사에게 알려주면 좋다. 



+) 집중이 되지 않을 땐, 그냥 쉬자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이 매우 많을 때에는 "프리 하지 않은 프리랜서"가 되지만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을 한다던지, 낮에는 한가하고 조용한 영화관을 찾고 밤에 업무를 한다던지 등 내 일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에서 일을 하다 보면 집중도가 매우 떨어지거나 왠지 일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쉬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날엔 억지로 일해도 안된다. 다른 시간에 한 시간이면 될 것을 그런 상태로는 세 시간이 걸려도 안될 때가 많다.


만약 오늘 내로 꼭 끝내야 하는 일이라면 30분이나 한 시간이라도 딴짓을 해보자. 이건 비단 프리랜서뿐만 아니라 직장인에게도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회사 생활할 때도 내가 쓰던 방법이기도 하다)


혹은 주어진 일 외의 다른 일부터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매니저님과 함께 일하며,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렇게 나와 일해 본 분들은 아주 감사하게도 내가 재택을 하더라도 신뢰 속에서 계속 함께 해주신다. 일하는 시간과 공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한 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어디서든 일 할 사람은 한다.


혹시 이외에도 집에서 일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 바란다. 다른 프리랜서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늘 궁금한 프리랜서가 여기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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